스포츠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했던 송재익 전 캐스터가 18일 별세했다. 향년 83세.
5년 전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캐스터로 마지막 중계를 마친 뒤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던 그는 암 투병 끝에 가족의 품에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1970년 MBC에서 복싱으로 스포츠 중계를 시작해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SBS로 이적하며 억대 연봉을 받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한국 축구가 32년 만에 본선에 나간 1986 멕시코 월드컵부터 2006 독일 월드컵까지 6회 연속 월드컵을 중계했다. ‘단짝’이던 해설자 신문선씨(명지대 교수)와 함께한 1998 프랑스 월드컵 중계는 시청률 57%를 기록하기도 했다.
1997년 ‘도쿄대첩’ 당시 이민성(전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이 역전골을 넣는 순간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고 외친 것은 여전히 회자된다. 고인은 마지막 중계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도쿄대첩에선 일본이 무너지는 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일왕 아니면 후지산이었다. 그래도 일왕을 건드릴 수는 없으니 후지산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고인이 스스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힌 장면은 한·일 월드컵 4강 신화가 달성된 순간이다. 당시 한국은 광주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연장 혈투를 넘어 승부차기에서 홍명보(현 축구대표팀 감독)의 킥만 남겨놓고 있었다. “국민 여러분, 두 손을 치켜들고 맞잡으십시오. 종교가 있으신 분은 신에게 빕시다. 없으신 분들은 조상에게 빕시다. 무등산 산신령님도 도와주십시오.”
직접 당시 멘트를 눈앞에서 재연하며, 고인은 스포츠 현장에 대한 사랑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중계였던 2020년 11월21일 K리그2 서울 이랜드FC와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에서도 은퇴를 언급하는 대신 “지금까지 캐스터 송재익이었다”고 인사를 전했다.
유족으로는 딸 소담·아들 송걸씨 등이 있다. 빈소는 이대서울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1일.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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