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격만 아니라 품질도 韓 앞서...실리콘밸리같은 AI 생태계 절실”

AI 대전환 속 대한민국의 길 토론회
황승진 스탠퍼드대 교수·이우근 칭화대 교수 참석
“산업 특화된 버티컬 AI가 2차 방어선”
정부와 함께 산업계·학계 지원 힘 합쳐야 강조
메타·MS·SBVA 등 글로벌 기업들도 토론에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AI 대전환 속 대한민국의 길: 세계는 어떻게 준비하는가’ 토론회 모습. [사진 = 정호준 기자]

한국이 미국이나 중국과의 인공지능(AI) 기술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한국의 석학들이 각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인공지능(AI)에 집중하는 한편 규제를 완화해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황승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18일 오전 국회에서 ‘AI 대전환 속 대한민국의 길’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화상으로 참석해 “이전에는 한국이 중국에 가격에서는 뒤처졌지만 품질에서는 앞섰다고 했는데 이 구도가 완전히 박살 났다. 이제는 중국이 품질에서도 앞설 수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AI의 원천 기술로 불리는 거대언어모델(LLM)의 경우, 이미 오픈AI와 구글이 앞서나가고 있고 메타는 오픈소스로 이를 다 공개한 상황이다.

황 교수는 “집중해야 하는 것은 이제 이 AI를 비즈니스에 어떻게 이용하는가 이다. 이것이 제2의 방어선”이라며 “AI를 채택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교육, 행정, 국방, 의료 등의 영역에서 어떻게 응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범용적으로 사용하는 AI가 아닌 각 산업에 특화해 사용하는 분아별 LLM 영역에서 한국이 기술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황 교수는 “제프리 힌튼, 얀 르쿤 등 AI 분야에 가장 크게 기여한 11명의 사람 중 10명이 다 미국 밖에서 태어났다”라며 “이들이 활동은 모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하는 셈이다. 그만큼 실리콘밸리라는 환경과 제도가 좋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사업을 하기 수월한 창업 생태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AI 대전환 속 대한민국의 길: 세계는 어떻게 준비하는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황승진 스탠퍼드대 명예교수의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 = 정호준 기자]

이우근 칭화대 전자공학과 교수 또한 중국의 기술 발전을 반도체 기술 중심으로 설명하며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인 팹리스가 중국에서 무섭게 약진하고 있다”라며 “AI 시대가 되며 중국이 한국을 추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 교수는 미중 반도체 역학 관계 속에서 중국이 처음에 국산화를 최우선으로 두고 반도체 기술 내재화에 힘을 쏟으면서 전자설계자동화(EDA), 메모리, 파운드리, 장비 등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과 다르게 강력한 내수 시장이 뒷받침되는 것도 중국의 강점 중 하나다.

또한 이 교수는 기존 한국 기업들이 강조하던 ‘초격차’ 전략만으로는 어렵다면서 중국 시장을 포기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따른 전략을 짜고 시장을 놓치지 않는 ‘반격차’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도 “실리콘밸리처럼 창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규제를 풀고 기업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3년동안은 지켜본 다음 부작용을 보고 개선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AI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이어진 토론에서 송경희 성균관대 교수는 “특화된 AI 모델을 위해서는 그 도메인에서 나오는 데이터가 중요하다. 데이터 품질이 갖춰진 형태로 잘 모여있는지가 관건”이라면서 “또한 한국은 데이터에 대한 개인정보 민감도가 굉장히 높고 저작권 문제도 있어 데이터 사용이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원격으로 참석한 셰인 카힐 메타 입법 및 정책 개발 총괄도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고, 한국의 거시경제와 관련된 장벽들을 제거해야 한다”라면서 “700여개의 미국 기업이 EU의 AI법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라며 규제 완화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소프트뱅크의 투자회사 중 하나인 SBVA(구 소프트뱅크벤처코리아)의 이준구 대표도 토론에 참석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지난달 방한했는데, 한국의 챗GPT 사용량이 전 세계에서 2~3위 수준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라면서 “SBVA는 그동안 200개가 넘는 한국 회사에 1조원 이상 투자했다. 한국의 AI 생태계에 관심이 많고 투자하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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