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종전협정에 대해 논의한다.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평화 합의에 지금보다 가까웠던 적이 없다”며 낙관하는 가운데, 유럽 최대 규모의 원전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가 협상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가 무엇을 잃고, 러시아가 무엇을 얻을 것인지에 집중하는 회담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우리는 지금 평화에서 ‘10야드(9.1m) 라인’에 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 합의를) 해내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10야드 라인’은 미식축구에서 득점으로 연결되는 터치다운 선에서 약 9m 떨어진 곳에서 공격하고 있다는 의미로, 승부의 결정적인 순간에 와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 가운데 협상의 주요 의제로 떠오른 우크라이나 원자력발전소에 관심이 쏠린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미국과 러시아) 양측간 ‘특정 자산의 분할’과 관련해 대화 중”이라며 “영토와 발전소에 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레빗 대변인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에 있는 발전소가 우크라이나와 논의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통화에서 이에 대해 언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위키피디아 |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발전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 사이에 있는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추측했다. 6개 원자로를 보유한 유럽 최대 규모 원전 시설인 자포리자 발전소는 2022년 러시아군이 점령하면서 운영·통제권이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으로 넘어갔다.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는 전기의 20%를 생산했지만 러시아 점령 이후 전기 공급이 끊겼다. 지난 3년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방사능 사고의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NYT는 “러시아가 발전소를 포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지, 휴전 협정 하에 이를 유지할 방법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출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며 에너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발전소를 서방의 제재완화와 같은 것으로 교환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할 수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2014년 러시아가 침공해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는 방안으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NYT는 “러시아가 2014년 크름반도 점령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진 11년간의 공개적 침략에 대해 얼마나 큰 보상을 받을 것인지가 협상 대상이 될 것”이라며 강대국들이 유럽 내 국경을 결정했던 1945년 얄타회담과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30일 휴전’에 동의했지만, 러시아는 이에 답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점령했던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을 대부분 되찾으면서 우크라이나는 ‘협상 카드’마저 잃어버린 상태다.
유럽이 종전 후 안전 보장을 위해 평화유지군 파견을 추진하는 가운데, 평화유지군이 협상의 뇌관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유럽평화유지군에 반대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경고해왔다.
미·러 정상 통화를 앞두고 유럽은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EU 27개국 외교장관회의가 끝난 뒤 “오늘 회의에서 러시아를 신뢰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러시아는 온갖 종류의 요구를 제시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 “충분히 많은 사람이 죽었다. 총성은 멈춰야 한다”며 “러시아가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는 걸 증명할 차례”라고 밝혔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