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사 우주비행사 수니 윌리엄스(왼쪽)와 부치 윌모어. [나사 유튜브] |
나사 우주비행사 2명, 9개월만에 지구 귀환 시작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크루-9이 집으로 돌아갑니다”
국제 우주정거장(ISS)에 9개월간 발이 묶였던 나사 우주비행사 2명이 포함된 미 항공우주국(NASA) ‘크루-9’이 미국 동부 시간 기준 18일 오후 5시 지구로 돌아온다.
17일(현지시간) 국제우주정거장에 9개월 동안 갇혀 있던 베테랑 NASA 우주비행사 부치 윌모어와 수니 윌리엄스가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스페이스X 크루 드래곤 캡슐 안에 앉아 있다. [로이터] |
NASA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페이스X 드래곤 캡슐은 전날 오후 11시 5분(한국 시간 18일 낮 12시 5분) 나사 우주비행사 부치 윌모어와 수니 윌리엄스를 태웠다. 국제 우주정거장(ISS)을 떠난 드래곤 캡슐은 17시간 뒤인 오후 5시 57분 미국 플로리다 걸프 해안에 ‘스플래시 다운’을 할 예정이다.
영화 ‘마션’처럼…우주에 남겨진 비행사
지난해 6월 베테랑 우주비행사 부치 윌모어(왼쪽)와 수니 윌리엄스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AP] |
우주비행사 부치 윌모어와 수니 윌리엄스는 8일간 업무를 수행하러 우주로 갔다가 608일동안 우주에 있게 되면서 전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스타라이너 첫 유인 비행 중 기계결함
두 사람은 처음부터 스타라이너에 배정된 우주비행사는 아니었다. 당초 나사는 다른 우주비행사를 스타라이너에 배정했다. 하지만 2019년 스타라이너의 시험 비행에서 결함이 발생했고, 스타라이너 발사 일정이 지연되면서 윌모어와 윌리엄스가 배정됐다. 2020년 윌모어가 먼저 사령관으로 임명됐고, 2022년 윌리엄스가 함께 비행사로 발탁됐다.
윌리엄스는 “스타라이너 첫 유인 시험비행을 위해 달에 간 닐 암스트롱보다 더 훈련을 많이 했다”며 “비현실적인 수준의 훈련”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해 11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크루-9’ 멤버. 왼쪽 위 수니 윌리엄스, 왼쪽 아래 닉 헤이그, 오른쪽 위 부치 윌모어, 오른쪽 아래 도널드 페티트. [나사 제공] |
지난해 8월, 두 사람의 지구 귀환이 2개월 동안 미뤄지자 나사는 조치를 취한다. 나사는 우주비행사들의 안전 문제를 이유로 스타라이너 대신 스페이스X의 드래건 캡슐을 이용하기로 결정하고 스타라이너를 무인 상태로 귀환시켰다. 경쟁사인 스페이스X 우주선을 나사라 사용하기로 하면서 스타라이너를 소유한 보잉사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됐다.
또한 나사는 ‘우주 떠돌이’가 된 윌모어와 윌리엄스를 ISS 임무를 수행하는 크루-9 팀원으로 합류시켰다. 지난해 9월 크루-9 팀원 2명을 태우고 윌모어와 윌리엄스를 위한 자리 2석을 비운 드래건 캡슐이 발사됐다. 크루-9 팀원이 된 윌모어와 윌리엄스는 팀원들 함께 시설 관리와 각종 우주 실험 등 나사 임무를 수행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크루-9에 합류해 나사 업무 수행…미뤄지는 귀환
하지만 두 사람은 곧바로 지구에 오지 못했다. 다음 팀이 와야 지구 귀환을 할 수 있는 나사 규정상 크루-9를 잇는 ‘크루-10’이 우주로 와야 집으로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사가 크루-10 수송을 올해 2월로 정하면서 두 사람의 귀환 일정이 확정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크루-10 수송에 새로운 드래건 캡슐을 이용하는 문제로 인해 3월 말로 더 미뤄졌다. 그러나 새 캡슐 때문에 일정이 미뤄진다는 비판 속에 결국 구형 드래건 캡슐을 쓰기로 하고 크루-9의 귀환 일정을 2주가량 앞당겼다.
지난 13일 크루-10을 태운 스페이스X의 팰콘 9 로켓이 발사 1시간을 앞두고 유압 문제로 발사를 연기하면서 귀환일정은 또 미뤄졌다. 다음날인 14일 발사에 성공하면서 윌모어와 윌리엄스는 사흘간 크루-10 멤버들에게 인수인계를 한 뒤 18일 지구 귀환을 위한 우주선에 탑승했다.
트럼프 “우주에 버려진…” 주장에 윌모어 “아니요!”
지난해 9월 나사 베테랑 우주비행사인 수니 윌리엄스(왼쪽)와 버치 윌모어가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갤리선에서 피자를 만들고 있다. [나사 제공] |
9개월동안 우주에 발이 묶인 윌모어와 윌리엄스의 이야기는 한때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 바이든 행정부에 의해 사실상 우주에 버려진 용감한 우주비행사 두 명을 데려오라고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X에게 요청했다”며 “일론에게 행운을 빈다!!”고 적었기 때문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두 사람이 우주에서 버려지고 잊혀졌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를 의식한 듯 윌모어는 더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주생활은 일이다. 재미있다. 난 항상 우주에 가기 위한 시도를 했다”며 “내가 오도가도 못하게 됐나고요? 아니요! 내가 버려졌나고요? 아니요!”라고 유쾌하게 말했다.
지난 16일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한 ‘크루-10’ 멤버를 위해 ‘크루-9’ 멤버가 깜짝 이벤트로 외계인 코스프레를 진행했다. [AP] |
윌모어와 윌리엄스의 우주생활은 실제 재미있게 진행됐다. 지난 16일에는 크루-9은 후임 우주비행사 크루-10을 위한 ‘깜짝 이벤트’도 진행했다. 크루-9의 지휘관인 닉 헤이그가 크루-10의 도착을 기다리며 회색 외계인 마스크를 쓴 것이었다. 헤이그는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외계인 마스크를 쓴 채 ISS 내부를 떠다녔고, 이 장면은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크루-10 우주비행사들은 크루-9 멤버들과 포옹하며 환영했다.
크루-10에게 뒷일을 맡기고 우주를 떠난 윌모어와 윌리엄스는 18일 오후 걸프 해안에 도착하면 나사 존슨 우주 센터로 이동하며 9개월간 우주여행을 마무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