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박아람 기자] 영화감독 봉준호가 1990년 14회 FIFA 월드컵 경기를 구치소에서 오디오로 들었다고 고백했다.
영상에서 봉준호는 갑자기 "1990년 월드컵은 제가 구치소에서 들었다"라고 고백해 모두를 벙찌게 만들었다.
구치소에 갇힌 이유에 대해 봉준호는 "제가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었다. 심각한 형을 산 건 아니다. 집시법으로 잠시 3주 정도 영등포 구치소에 있었다. 나중에 보석으로 나왔다. 집행유예가 되고"라고 설명하면서 "하필이면 그 때가 4년에 한 번하는 월드컵 기간이었다"라며 당시 경기를 생중계로 보지 못함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다만 TV로 볼 수는 없었지만 오디오로 당시 경기를 실감나게 들을 수 있었다고.
봉준호는 "좌절하고 있었는데, 구치소장님이 축구 팬이셨던 것 같다. 구치소장님이 너그러우신 분이셔서 월드컵 생중계를 구치소 영내에 방송하는 스피커로 틀어줬다. 그때 우리나라 첫 경기였던 벨기에 전이었다. 2대0으로 졌던 경기였는데 그거를 오디오로 들었다"라고 회상하며 웃음을 지었다.
또 봉중호는 최근 개봉한 영화 '미키17'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미키17' 숫자의 진짜 의미가 뭐냐. 원작 소설 제목은 '미키7'인데 영화 제목은 '미키17'이다"라는 질문을 받은 봉준호는 "축구선수 케빈 데 브라위너 등번호 17 때문이다. 진짜다. 영화 쪽 인터뷰는 다르게 답한다"라고 말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의 이름 역시 축구와 관련이 있다고. 봉준호는 "소설에는 베르토라는 인물이 있다. 영화에서는 배우 스티븐 연이 연기하는데 이름이 티모다. 축구선수 티모 베르너에서 따온 거다. 독일어로 티모가 사기꾼이라는 뜻도 있다더라. 스티븐 연 캐릭터와 잘 맞지 않나. 영화 속 인물 이름 카이도 축구선수 카이 하베르츠에서 가져왔다. 시나리오 쓸 때 처음 하는 일이 이름을 짓는 거다. 그게 되게 어렵다. 특히 외국 캐릭터면 더 그렇다"라고 설명해 폭소를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