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선임 고문이자 테슬라 및 스페이스X CEO인 일론 머스크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 에너지부 산하에서 핵무기 개발과 감독을 담당하는 국가핵안전청(NNSA) 직원 130여명이 결국 해고됐다. 1월 기준 2000여명 약 8%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미국의 핵 관리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핵안전청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3748개의 핵폭탄과 탄두를 관리하고, 연간 200억달러의 예산으로 새로운 핵잠수함·폭격기·지상 기반 미사일 등 미군 무기고 현대화 작업을 진행하는 기관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가 추진하는 연방정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최근 6주간 과학·엔지니어·안전전문가·프로젝트책임자·회계사·변호사 등이 떠났다고 보도했다.
해고자 중 한 명은 해군 잠수함의 핵탄두와 원자로에 사용되는 핵연료의 주성분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책임자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 이직했다. 핵탄두에 장착되는 피트(pits)로 불리는 방사성 플루토늄 구체(spheres) 생산을 현대화 프로그램 책임자도 퇴직했다.
심지어 이번 정리 해고로 핵안전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과도 핵 군축 협상을 진행하려는 시점에서 저명한 군비 통제 전문가를 잃었다.
이같은 해고는 각 현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플루토늄 피트가 생산되는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에 위치한 해당 기관의 실험실을 감독하는 현장 사무소는 총 9명의 직원을 잃었다. 지난해 9월 종료된 회계연도에서 이 현장 사무소는 97명의 예산 인원이 편성됐으나 현재는 76명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떠난 사람들 가운데에는 고위직인 부시설 운영 관리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차세대 핵무기에 사용될 우라늄이 처리될 테네시주 오크리지의 Y-12 공장은 40억달러를 초과한 대규모 개보수 작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직원 4명이 떠났다. 예산상으로 92명이지만, 현재는 84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과학자들의 핵무기 비축량의 안전성과 실효성을 평가하는 핵 실험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는 라스베이거스 현장 사무소에서도 직원 5명이 떠났다. 이중 한 명은 14년 동안 선임시설 대표로 근무한 인물이다. 예산상으로 82명 인력이 배정됐던 이 현장 사무소는 현재 67명 직원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핵안전청을 이끌었던 질 후비는 “그런 사람들을 다시 채우기는 어렵다. 민간에서는 같거나 그 이상의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물론 해고자 중에서는 이미 은퇴시기를 앞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급작스럽게 그만둔 만큼 관리들은 대체인력을 구하고, 이들을 교육시킬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벤 디트리히 에너지부 대변인은 “핵무기 생산 공장과 핵실험실은 연방 계약업체가 운영하고 있고, 이번 (해고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핵안전청 전·현직 고위관리들은 이번 구조 조정으로 업무의 대부분을 수행하는 6만명 이상의 계약업체 직원들을 감사하는 핵안전청의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NYT는 전했다. 아울러 이는 정부효율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금 사기와 오용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DOGE는 지난 2월 중순에도 핵안전청 수습 직원 300명에게 일거에 해고통보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의회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 장관에게 문제를 제기했고 약 27명을 제외한 해고가 취소되는 헤프닝으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결국 그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퇴직보상 절차를 거쳐 나간 것이다. 기관 문서에 따르면 핵물질을 운반하는 직원들의 이탈을 우려한 관계자들은 퇴직 보산 신청자 중 절반 이상에게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핵 관련 기관의 전 부국장인 힌더스타인은 “우리는 이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핵무기를 도로에서 방어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의 보안 기술을 갖추고, 장거리 운전을 감수할 사람을 어떻게 구하겠냐”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