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독일인 혼혈 옌스 카스트로프 발탁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단기간에 팀을 만들어야 하는 월드컵을 앞두고 새로운 얼굴을 데려오는 건 선수에게나 팀에게나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1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대표팀 소집 후 인터뷰에서 "카스트로프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기자회견 때도 말씀드렸다. 너무 복잡한 부분이 많다"고 선을 그었다.
독일 뒤셀도르프 태생으로 FC 쾰른 유소년 시스템을 거쳐 성장했으며, 지난 두 시즌 동안 뉘른베르크에서 2부 주전 선수로 활약했다.
이번 시즌에는 카스트로프는 독일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공격수 출신 미로슬라프 클로제 감독 체제에서 뉘른베르크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독일 2부에서 17경기 전부에 선발 출전했다. 이 중 7경기에서는 풀타임을 소화했으며, 3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중원에서 큰 역할을 담당해 두각을 나타냈다.
최근 활약이 전해진 데 이어 한국계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자 대표팀 코칭 스태프가 지난 2월 카스트로프 측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독일 빌트는 "1~2월 한국 대표단이 독일에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경기와 함께 카스트로프의 경기력을 확인하기 위해 뉘른베르크와 샬케의 경기를 지켜봤다"면서 "패배에도 불구하고 카스트로프는 대한축구협회 대표단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야 했다. 카스트로프는 오버헤드 킥과 함께 도움을 기록했다. 매체가 대표단으로 이야기했지만,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홍명보호 사단이 직접 선수를 점검했다"고 전했다.
특히 카스트로프가 뛸 수 있는 포지션은 미드필더로 그 자리에 황인범(페예노르트), 백승호(버밍엄 시티), 박용우(알아인), 원두재(코르파칸 클럽) 등 전성기를 달리는 선수들이 많다. 2003년생의 젊은 카스트로프의 대표팀 합류는 해당 포지션 세대교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홍 감독은 이번 오만, 요르단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예선 B조 7, 8차전 2연전을 앞두고 카스트로프를 발탁하지 않았다.
대신 카스트로프는 독일 21세 이하(U-21) 대표팀에 뽑히게 됐다. 독일축구협회는 지난 1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U-21 대표팀 명단을 공개하면서 카스트로프 이름을 포함했다.
대표팀 명단 발표 전부터 관심을 끌었던 사안이었던 만큼 홍 감독도 이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앞서 명단 발표 당시 홍 감독은 "유럽에 갔을 때 그 선수의 경기도 보고 짧지만, 코치진이 가서 어머니와 잠깐 이야기도 했다"며 실제 접촉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어 "경기적인 측면을 생각하면서 하기엔 복잡한 일들이 너무 많다. 그 선수를 위해 풀어야 할 것도 많다"며 "당장 2~3일 훈련하고 경기하기엔 팀의 방향이 다른 쪽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더 장기적인 측면을 보고 준비를 하는 거지만 지금 당장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후 17일 팀 소집 후 첫 훈련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홍 감독은 "카스트로프는 독일 U-21 대표팀에 뽑힌 거다. 성인 대표팀에 뽑힌 게 아니고 이제 21세 대표팀에 뽑혔기 때문에 다른 문제"라며 "그 부분은 지난 기자회견 때 말씀드린 것 같다. 지금 너무 복잡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우리가 하루 이틀 훈련해서 월드컵 예선을 나가는데 뭔가 이런 전체적인 선수나 팀 분위기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건 지금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카스트로프의 대표팀 합류로 자칫 선수나 팀 분위기가 바뀔 것을 우려했다.
홍 감독은 "어느 시점이 되면 우리가 판단하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모레, 내일 기술 훈련하고 중요한 경기를 나가야 된다. 카스트로프 문제는 지금 상황에서는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이 너무 복잡했고, 조금 나중으로 밀어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당장 다가올 2연전을 준비하는 게 급선무였다고 강조했다.
사진=고양, 고아라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