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의 '1인칭 시점 드론'(FPV)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등을 동원한 러시아와 북한군의 대대적인 공세에 밀려 쿠르스크에서 혼란 속에 힘겹게 퇴각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7일(현지시간) '죽음의 도로에서 사냥당하는 우크라이나군' 제하 기사에서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먹잇감을 찾듯 시시때때로 출몰하는 드론 공격을 받으며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쿠르스크에서 도망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R200 도로에는 현재 러시아의 드론 공격에 파괴된 수십대의 불탄 우크라이나군 차량과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시신이 널브러져 있는 탓에 우크라이나군이 도로를 통과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우크라이나 부대 지휘관은 이런 상황에서 쿠르스크의 진지에서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12마일(약 18㎞)의 거리를 이동하는 데 이틀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부대가 퇴각한 뒤 러시아군은 쿠르스크에 남아있는 나머지 우크라이나 병력을 고립시키기 위해 R200 도로를 포위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나머지 우크라이나군의 질서 있는 퇴각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까닭에 마지막으로 수자에 남아 있는 우크라이군 일부는 걸어서 우크라이나로 도망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쿠르스크의 한 도로에 방치된 부서진 차량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한 우크라이나 병사는 1분 사이에 러시아 드론 2∼3기가 윙윙거리며 나타나 퇴각하는 우크라이나 차량 앞에서 터지거나 땅바닥에 떨어져 마치 지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퇴각 과정에서) 수차례 죽을 뻔했다. 드론이 항상 하늘에 나타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사는 "길에 부서진 차량 수백대가 널려있고, 많은 이들이 다치고 죽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퇴각 과정을 '공포 영화의 한 장면'에 비유했다.
상당수 병사들은 지휘관들이 몇 주 전에 철수를 명령했으면 더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병사는 "모든 보급로가 지장을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휘관들이 쿠르스크를 어떻게 빠져나가도록 이끌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주에서 한때 약 1천300㎢의 땅을 통제하에 넣었지만, 이제는 점령지 면적이 80㎢ 정도로 줄어든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의 전략적 요충지인 수자에서 병력을 철수시킨 사실도 최근 시인한 바 있다.
러시아 쿠르스크의 중심도시 수자의 파괴된 건물을 걷고 있는 러시아 병사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군사 정보 공유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도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퇴각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한 우크라이나 병사는 미국이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하이마스·HIMARS)을 이상 쓸 수 없다며 "값비싼 미사일이 잘못된 목표물에 발사되도록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난 달 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와 정보지원을 끊고 상업용 위성사진 접근도 차단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전력 약화로 이어졌다.
지난 1월에 쿠르스크에서 퇴각했다가 다시 돌아온 북한 병력 수천명도 우크라이나 방어선에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짚었다. 한 우크라이나 지휘관은 "북한군 상당수가 매우 영리한 전술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는 쿠르스크에서 퇴각하는 우크라이나군이 보급로 단절, 드론떼의 공격과 함께 현저한 수적 열세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대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과 북한군에 대해 최소 3대1의 수적 열세에 놓여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 수치가 6대1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장처럼 우크라이나군 수천명이 러시아군에 포위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병력이 수세에 몰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규모 편대는 포위되지 않았다. 일부 소규모 부대의 연락이 끊겼을 것이고, 포위 당할 위험에 처했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쿠르스크의 우크라이나군을 사실상 포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우크라이나군이 항복한다면 목숨을 보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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