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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한국은행이 '7세 고시'를 걱정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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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인구 위기 주원인 입시 경쟁…경제 성장 위협
합계출산율 0.75명 지속 땐 2050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
대학 성적순 선발부터 개혁해야…한은은 '지역 비례 선발' 제안
문제의식 공감 여론↑…당장 해결 위해 움직여야
"엄마는 매일 아침 정신없이 바빠요. 그래서 가끔 제 유치원 명찰을 사원증으로 잘못 가져가곤 한답니다." 영어 말하기 대회에 나간 일곱살 난 딸 서윤이 똑 부러지게 발표를 끝냈는데도 엄마 정은은 웃지 못했다. 1등 상인 대상을 받아야 꿈꾸던 영어학원 'A반'에 입성하는데, 서윤의 말하기 주제가 대상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늘 1등을 놓치지 않는 토미(민호)의 말하기 주제는 '조지 6세 연설문'이었다. 토미는 부담감에 손톱을 물어뜯으며 말하기 대회를 위한 개인 과외까지 소화했다.

아시아경제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라이딩 인생'의 한 장면. ENA 채널 인스타그램.


드라마 '라이딩 인생'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7살 어린이들의 성적 경쟁은 극적 과장일까. 현실은 더 가혹하다. 최근 KBS '추적 60분'은 '7세 고시,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를 통해 유명 초등 수학·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7세에 레벨테스트 등을 치르는 아이들을 비췄다. 사교육 현장에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더는 대치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한 강남권의 문제만도 아니라고 했다. 실제로 교육부와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사교육비 지출은 29조2000억원으로 4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사교육 참여 학생 비율 역시 80%로 역대 최고치였다.

입시 경쟁 과열과 이에 따른 교육비 상승은 한국의 인구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0.75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인구 위기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요소다. 현재 2% 수준인 한국 잠재성장률은 2040년대 후 반 0%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합계출산율이 0.75명 수준을 지속하 면 205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물가 안정 속 경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금리와 통화량을 조정하는 한국은행이 7세 고시로 대변되는 교육 과열을 우려하는 이유다.

7살 서윤과 토미가 벌써 성적에 목매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근본적으론 대학이 학생을 성적순으로 선발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2학년이 돼서야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는데, 이때 결과에 충격을 받고 깨닫는다 해도 이미 성적순으로 선발하는 입시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게 부모들의 변이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경제 위기 기저의 교육 과열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하고 있다. 대학에 신입생 선발 자율권을 부여하되, 최종 선발 결과는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에 비례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열린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2025)에서 " 대학이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현실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교육 구조 개혁은 특히 어렵다는 걸 안다. 참여 주체 간 이해관계가 어떤 분야보다 첨예해 섣불리 건드리기 힘들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란 말 뒤에 숨어 즉시 대응하지 않으면 항구적 마이너스 성장, 사회 갈등 폭발 등 '우리 사회가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작용'을 우려해야 할 것이다. 이 총재는 "과거와 달리 현재는 몸소 고통을 느끼며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여론이 상당하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했다. 뒷바라지하는 부모도, 출산율과 경제 성장을 걱정하는 정부도 괴롭다. 무엇보다 지금 이 시간에도 7세 고시 상황에 직면해 의기소침한 채 손톱을 물어뜯는 서윤과 토미의 심리적 괴로움이 눈앞에 있다. 당장 움직임이 시작돼야 하는 이유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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