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라이딩 인생'의 한 장면. ENA 채널 인스타그램. |
드라마 '라이딩 인생'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7살 어린이들의 성적 경쟁은 극적 과장일까. 현실은 더 가혹하다. 최근 KBS '추적 60분'은 '7세 고시,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를 통해 유명 초등 수학·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7세에 레벨테스트 등을 치르는 아이들을 비췄다. 사교육 현장에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더는 대치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한 강남권의 문제만도 아니라고 했다. 실제로 교육부와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사교육비 지출은 29조2000억원으로 4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사교육 참여 학생 비율 역시 80%로 역대 최고치였다.
입시 경쟁 과열과 이에 따른 교육비 상승은 한국의 인구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0.75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인구 위기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요소다. 현재 2% 수준인 한국 잠재성장률은 2040년대 후 반 0%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합계출산율이 0.75명 수준을 지속하 면 205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물가 안정 속 경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금리와 통화량을 조정하는 한국은행이 7세 고시로 대변되는 교육 과열을 우려하는 이유다.
한국에서 교육 구조 개혁은 특히 어렵다는 걸 안다. 참여 주체 간 이해관계가 어떤 분야보다 첨예해 섣불리 건드리기 힘들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란 말 뒤에 숨어 즉시 대응하지 않으면 항구적 마이너스 성장, 사회 갈등 폭발 등 '우리 사회가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작용'을 우려해야 할 것이다. 이 총재는 "과거와 달리 현재는 몸소 고통을 느끼며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여론이 상당하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했다. 뒷바라지하는 부모도, 출산율과 경제 성장을 걱정하는 정부도 괴롭다. 무엇보다 지금 이 시간에도 7세 고시 상황에 직면해 의기소침한 채 손톱을 물어뜯는 서윤과 토미의 심리적 괴로움이 눈앞에 있다. 당장 움직임이 시작돼야 하는 이유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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