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매킬로이(사진=AFPBBNews) |
매킬로이는 1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파72)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3홀 합산 1오버파를 적어내, 16번홀(파5)과 17번홀(파3)까지 3오버파를 기록한 J.J. 스폰(미국)을 꺾고 우승했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16번홀과 17번홀, 18번홀(파4) 3홀의 성적을 합산해 우승자를 가린다.
그러고는 2번째 샷이 벙커에 빠져 파를 기록한 스폰에 우위를 점했다.
큰 호수가 그린을 온통 감싸고 있어 ‘악몽의 홀’로 불리는 17번홀(파3)에서 싱겁게 승부가 갈렸다. 스폰의 티샷이 그린 뒤 물로 곧장 빠지면서 트리플보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매킬로이는 9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안전하게 그린에 올린 뒤, 스리 퍼트로 보기를 기록했지만 3타 차로 격차가 벌어져 사실상 승부가 끝났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선 매킬로이의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벗어났지만 스폰의 티샷이 매킬로이보다 더 깊숙이 러프로 들어가, 스폰은 일말의 희망도 가질 수 없게 됐다. 매킬로이가 보기를 기록했지만 편안하게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매킬로이는 우승 후 중계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엔 바람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불었다. 연장전이 3홀로 끝나서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스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17번홀에서 정말 좋은 샷을 날렸는데 바람을 타고 뒤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운 좋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2번째 우승을 차지해 믿을 수 없이 자랑스럽고 기쁘다. ‘성 패트릭 데이’(아일랜드 수호성인 성 패트릭을 기리는 날, 매킬로이는 북아일랜드인이다.)에 우승한 건 이번이 3번째다. 행운의 부적 같다”고 밝혔다.
로리 매킬로이(사진=AFPBBNews) |
지난달 AT&T 페블비치 프로암 우승에 이어 6주 만에 시즌 2승째를 거둔 그는 시즌 초반 기세가 수년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정말 열심히 했다. 몇 년 전보다 훨씬 더 완벽한 선수가 된 것 같다. 어떤 조건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매킬로이는 전날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선두 스폰에 4타 뒤진 채 출발했다. 중간에 낙뢰와 폭풍우 등 악천후 때문에 4시간 경기가 지연됐고, 이후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3타 차 리드를 잡았지만 14번홀(파4) 보기 범했다. 스폰이 14번홀과 16번홀(파5)에서 버디를 기록해 연장전을 허용했기 때문에 이 실수가 더 뼈아팠다.
하지만 연장전에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우승하면서 올 시즌 2번째 우승이자 PGA 투어 통산 28승째를 거뒀다. 우승 상금은 무려 450만 달러(약 64억 9000만 원)다.
매킬로이가 4월 열리는 마스터스를 앞두고 PGA 투어 시즌 2승을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4대 메이저 중 유일하게 우승을 못한 메이저 대회가 마스터스인 만큼 시즌 초반 상승세가 더욱더 반갑다.
매킬로이는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의 상승세가 자신의 경기를 개선하는 데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PGA 투어 7승, 파리올림픽 금메달, 등 주요 대회에서 9승을 쓸어담았다. 매킬로이는 “셰플러와 경쟁하려면 더 잘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열심히 훈련했다. 타이거 우즈 등에 이어 8번째 대회 다승자가 되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또 매킬로이는 연장전을 앞두고 새벽 3시에 눈이 떠졌는데 다시 잠에 들 수 없을 정도로 긴장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제밤 ‘이걸 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도 했지만, 마인드 등을 재정비했어. 잠을 잘 못 잤지만 운이 좋게도 우승했다”고 밝혔다.
로리 매킬로이(사진=AFPBBNews) |
이제 매킬로이는 4월 11일 개막하는 마스터스까지 경기력을 잘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마스터스에 앞서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 오픈(3월 28~31일)이나 발레로 텍사스 오픈(4월 4~7일)에 한 번 더 출전할 계획이다.
매킬로이는 “현재 모든 것이 잘 작동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계속 연습하고 올바른 습관을 들이면 매일, 매주가 오늘과 같은 날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스폰은 실망스러운 결과에 고개를 숙였다. 특히 17번홀에서 8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물로 직행한 게 큰 실수였다. 그는 “8번 아이언도 짧을 것 같았다. 샷이 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며 “잘 맞은 샷이기 때문에 스윙에는 만족한다. 바람 때문에 뒤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은 내 순서가 아니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배워서 다음엔 우승하고 싶다”고 밝혔다.
연장전에서 지긴 했지만 상금 등을 두둑하게 챙겼다. 준우승 상금 272만 5000 달러(약 39억 2000만 원)를 획득했고, 무엇보다 세계랭킹 25위로 올라 내달 마스터스 출전권을 확보했다. 스폰은 “좋은 위로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J.J. 스폰(사진=AFPBB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