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란 듯… 캐나다 새 총리, 프랑스·영국부터 방문

하루에 두 나라 정상 만나 회담 ‘강행군’

“美 의존 벗어나 유럽과 관계 강화해야

마크 카니 신임 캐나다 총리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국으로 이웃나라 미국 대신 유럽의 프랑스와 영국을 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만들겠다”며 영토적 야심을 드러낸 데 따른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카니는 캐나다가 미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유럽 동맹국들과의 협력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을 방문한 마크 카니 신임 캐나다 총리(왼쪽)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카니는 이날 프랑스 파리를 찾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곧장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도 만났다. 하루에 두 나라를 방문하는 강행군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카니는 엘리제궁에서 마크롱과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을 지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캐나다가 요즘 미국으로부터 독립과 주권을 위협받는 상황와 맞물려 눈길을 끌었다. 마크롱은 “캐나다와 프랑스 양국은 러시아의 추가적 침략으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강력한 안전 보장과 더불어 견고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카니는 “캐나다는 비유럽 국가 중 가장 유럽적인 국가”라며 “미국과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되 동시에 프랑스 같은 유럽 동맹국과의 관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런던으로 이동한 카니는 먼저 버킹엄궁을 방문해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알현했다. 영연방 회원국인 캐나다는 호주, 뉴질랜드 등과 더불어 영국 국왕을 자국 국가원수로 섬긴다. 찰스 3세는 영국 국왕인 동시에 캐나다 국왕인 셈이다. 미국이 캐나다를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찰스 3세가 침묵을 지키자 캐나다 국내에선 “우리 왕은 대체 어디에 있느냐”며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일기도 했다. 다만 이날 찰스 3세가 카니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카니는 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스타머와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하는 것으로 이날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캐나다가 무역과 안보 측면에서 미국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우리는 무역·안보의 다변화가 필요하며, 그것이 내가 취임 후 처음으로 파리와 런던을 방문한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캐나다에게 영국은 3번째, 프랑스는 11번쨰로 큰 무역 파트너에 각각 해당한다.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이 마크 카니 신임 캐나다 총리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캐나다는 영국 식민지로 출발해 자치령을 거쳐 독립국이 되었다. 프랑스는 18세기 후반 영국과의 전쟁에서 패하며 캐나다를 영국에 내줬지만, 퀘벡주(州)를 중심으로 상당한 문화적 유산을 남겼다. 오늘날 약 4100만명의 캐나다 인구 가운데 21% 이상이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둘 다 할 줄 아는 이중 언어 구사자도 인구의 18%에 이른다. 캐나다에서 프랑스어는 영어와 나란히 공용어 지위를 누리며, 캐나다는 프랑스어권 국가들 모임인 ‘프랑코포니’(Francophonie) 회원국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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