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2일 촬영된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학교 모습. 케임브리지/로이터 연합뉴스 |
하버드대학교가 연소득 20만 달러(약 2억 8800만원) 이하 가정 출신 학부생의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연소득 10만 달러(약 1억 4400만원) 이하 가정 학생들에게는 등록금뿐 아니라 식비·기숙사비·건강보험료·여행 경비까지 지원해 학부 교육을 완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새 제도는 2025~26학년도부터 적용된다.
앨런 엠 가버 하버드 대학교 총장은 17일(현지시각) “더 많은 학생이 경제적 부담 없이 하버드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라며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지닌 학생들이 한데 모여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대학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정 지원 확대를 통해 미국 내 약 86%의 가정이 하버드대 학부 장학금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버드대는 밝혔다.
연 소득 10만 달러 이하 가정 출신 학생들은 전액 무료 혜택에 더해 신입생 때 2000달러(약 288만원)의 초기지원금, 3학년 때 2000달러의 출발지원금을 받는다. 등록금 면제 혜택만 주어지는 연 소득 20만 달러 이하 가정의 학생이라 해도 재정 상황에 따라 기숙사비·식비·건강보험료 등 학교에서 고지하는 모든 비용에 대한 재정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버드 재정 지원팀은 학생 및 가족과 개별적으로 협력해 각 가정의 구체적인 재정 상황에 맞는 지원책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버드 학부 입학 및 재정 지원 담당 학장인 윌리엄 알 피츠시몬스는 “우리는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과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 전역과 전 세계에서 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종전 등록금 면제 기준은 연소득 8만5천 달러(약 1억2000만원) 이하였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가계의 중위소득은 8만610달러(약 1억1500만원)다. 하버드대 학생이 연간 내야 하는 비용은 2024∼2025학년도 기준 등록금과 주거비, 각종 서비스 요금 등을 포함해 약 8만3000달러(약 1억2000만원)에 달한다.
외국인 유학생과 관련해선 “외국인 학생도 미국 학생과 동일한 기준으로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다”라며 “외국인 학생은 연방 정부 지원금을 받을 자격은 없지만 대학에서는 외국인 학생을 위한 자체 장학금과 학내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하버드는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했다.
하버드대는 2004년 ‘하버드 재정 지원 이니셔티브’를 출범한 뒤 학비 지원 범위를 지속해서 확대해왔다. 현재 학부생의 55%가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하버드대는 이를 위해 지난해 2억7500만 달러(약 397억원)를 편성했다. 2023~2024학년도 기준으로 해당 가정들은 평균 1만 5700달러(약 2267만원)를 부담했다.
미국 명문 대학들은 지난 2023년 미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학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인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을 위헌으로 판단한 뒤 흑인 학생 입학 비중이 줄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학생 대상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잇달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텍사스 대학교는 연소득 10만 달러 이하의 모든 가정을 포함하도록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무료 등록금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도 지난해 연소득 20만 달러 미만의 가정 출신 학부생들에게 등록금을 전액 면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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