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메모리 칩 기술 혁신으로 미국의 수출 규제를 뛰어넘었습니다."(블룸버그)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도해온 전 세계 HBM(고대역폭메모리)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에서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연달아 나오면서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외신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경쟁력을 경고했는데, 시장에서는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가 빠른 만큼 이번 경고가 단순한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다. 그동안 한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률을 유지해왔지만, 중국이 막대한 정부 지원과 기술 개발 투자를 통해 빠르게 격차를 좁히면서 점유율도 함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국인 중국은 오는 203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이같은 내용이 담긴 '중국 제조 2025'를 마련한 뒤,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조(兆)단위 지원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최우선 과제는 '반도체 자립'이다. 중국은 그동안 첨단산업 발전에 필요한 반도체를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해왔지만, 반도체 수입 의존도와 금액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으면서 대내외적으로 위기감이 커졌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자립'을 국가 전략으로 설정하고, 대규모 투자와 강력한 육성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실제 중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립을 위해 자국 기업들에 약 200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대규모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CXMT를 포함한 SMIC, 양츠메모리(YMTC) 등에 120조원을 투자했으며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BOE, CSOT 등을 중심으로 현재까지 약 80조원 이상을 투입해 OLED 및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HBM 시장에서도 中 영향 커진다
특히 중국 정부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AI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술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스포스에 따르면 CXMT는 DRAM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장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DRAM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CXMT가 지난해부터 HBM 생산 준비에 돌입하면서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CXMT의 DRAM 시장 참전으로 전 세계 판도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보내고 있다.
HBM은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기술로,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차세대 AI 칩을 개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현재 HBM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지만, CXMT가 HBM 기술을 확보할 경우 AI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CXMT가 HBM 생산을 본격화하면 가격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중국이 자국 내 AI 기업들을 중심으로 HBM을 공급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점유율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CXMT는 2세대와 3세대 제품인 HBM2와 HBM2E를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LED 시장도 위태…LCD 강자 中 BOE '맹추격'
OLED 시장도 위태로운 건 매한가지다. OLED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강자로 꼽히지만, 중국 BOE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BOE는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에서 이미 전 세계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OLED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이며 한국 기업들을 바짝 뒤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21년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CD와 OLED를 포함해 648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시장점유율도 41.5%를 기록하며 한국(33.2%)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이 1위 자리를 뺏긴 건 2004년 이후 17년 만이었다.
게다가 BOE는 스마트폰용 OLED뿐만 아니라 폴더블 OLED 및 대형 OLED TV 패널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을 바짝 뒤쫓고 있다. BOE는 현재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폴더블 OLED 패널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적극 끌어올리고 있으며, 대형 OLED 시장에서도 우리나라 기업들과 경쟁할 준비를 하고 있다.
BOE의 애플 공급망 진입 시도도 우리 기업들에게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BOE는 지난 2023년 애플의 OLED 패널 공급을 시도했으나, 품질 문제로 최종 승인 받지 못했다. 하지만 BOE의 패널 공급 시도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가능성이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점유율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OLED 투자도 늘리고 있다. BOE는 지난 2023년 말 청두에 8.6세대(2290㎜ x 2620㎜) IT용 OLED 패널 생산기지를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총 투자액은 약 12조원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BOE의 생산 수율이 개선되고 있으며, 향후 OLED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소연 기자 so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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