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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독한 삼성인’ 주문… “사즉생 각오로 행동해야”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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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대상 ‘삼성다움 복원’ 교육
“혁신 기업에 자리내준 기업 다수
남 일 아냐… 고유 회복력 안 보여”
영상 메시지 통해 임원에 ‘쓴소리’
李 발표 뒤 삼성전자 주가 5.3%↑
D램·TV·스마트폰 등 점유율 하락
HBM 엔비디아 납품 지연 문제
관세 전쟁 등 복합위기 타개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임원들에게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질책하며 “경영진부터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해달라”고 주문했다. 내부 경각심을 강조하는 이 회장의 메시지가 외부에 알려진 건 사실상 처음이다. 그만큼 삼성전자를 둘러싼 복합 위기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주력 제품이 줄줄이 시장점유율이 하락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대외 환경이 악화하면서 미래 전망에 대한 어두운 경고음이 커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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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들에게 준 크리스털 패 삼성이 최근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세미나에서 임원들에게 준 크리스털 패.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삼성 제공


◆사즉생… ‘독한 삼성인’ 돼달라

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삼성 고유의 회복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독한 삼성인’이 돼달라고 주문했다.

상무·부사장급이 참석한 이 세미나에서는 이 회장이 올해 초 전체 사장단 세미나 때 공개한 신년메시지 영상을 그대로 공유했다. 이 회장이 영상에 직접 나오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임원들에게 보내는 이 회장의 ‘쓴소리’인 셈이다.

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21세기를 주도하며 영원할 것만 같았던 30개 대표 기업 중 24개가 새로운 혁신 기업에 의해 무대에서 밀려났다”며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인류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 혁신이 지속되는 데 대해 “국가 총력전의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며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와 산업을 선도해야 할 삼성전자는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전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훼손됐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판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며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반성했다.

이 회장은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며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특급인재를 양성·채용하고, 신상필벌을 하며 필요하면 인사도 수시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중요한 것은 상황이 아니라 상황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며 분발을 당부했다.

영상에서는 사업별 문제점에 대한 진단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메모리 반도체가 자만해 인공지능(AI)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가전제품의 품질 경쟁력도 저조하다는 내용이 공유됐다”고 전했다. 이 영상은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임원 세미나에서 교육될 예정이다.

세미나에서는 외부 전문가들도 삼성의 위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들은 “실력을 키우기보다 ‘남들보다만 잘하면 된다’는 안이함에 빠진 게 아니냐”, “상대적인 등수에 집착하다 보니 질적 향상을 못 이루고 있는 것 아니냐”며 삼성의 아픈 구석을 찔렀다.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에게는 각자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주어졌다. ‘역전에 능한 독한 삼성인’은 임원 세미나의 핵심 메시지로 해석된다.

삼성은 지난달 말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하고 있다. 삼성이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은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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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전 임원 세미나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주력 상품 점유율 하락 ‘경고음’

이 회장이 ‘사즉생’ ‘독한 삼성인’처럼 강한 표현으로 ‘역전’을 강조한 것은 삼성전자가 최근 직면한 대내외 위기 상황을 반영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범용·AI 반도체부터 스마트폰·디스플레이·TV 모두 시장점유율이 조금씩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11일 공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2023년 42.2%에서 지난해 41.5%로 떨어졌다. TV 시장점유율은 같은 기간 30.1%→28.3%, 스마트폰은 19.7%→18.3%,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패널은 50.1%→41.3%로 하락했다. 다만 미래 준비를 위한 연구개발비와 시설투자비는 지난해 각각 35조원과 53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엔비디아 납품 지연도 삼성전자의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엔비디아에 업계 최초로 납품한 반면 삼성전자는 이달 말까지 HBM3E 8단 설계 변경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HBM 부진 등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에 그쳐, SK하이닉스(23조4673억원)에 못 미쳤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는 글로벌 1위인 대만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전 분기 대비 2.4%포인트 상승한 67.1%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9.1%에서 8.1%로 하락했다. 두 회사의 격차는 지난해 3분기 55.6%포인트에서 4분기 59%포인트로 확대됐다. 3위인 SMIC의 점유율은 5.5%로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과 반도체법 보조금 폐지 추진도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 2030년까지 3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고, 47억4500만달러(약 6조9000억원)의 직접 보조금을 지급받기로 지난해 말 미 상무부와 계약했다.

이 회장의 메시지가 나온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5.3% 급등하며 4개월 만에 최대 오름폭을 기록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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