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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연애까지 뒤흔든 탄핵정국…정치권 '나몰라라' 씁쓸한 뒷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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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 다르면 연애도 안 한다"…국론 통합해야 할 여야 모두 유죄
뉴스1

3·1절인 1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은 종로구 안국동에서 열린 야5당 공동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 오른쪽은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자유통일을 위한 국민대회'. 2025.3.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번 탄핵 정국에서 연인이 과거 '2찍'(국민의힘 지지자)이었단 걸 알게 됐어. 찍은 사람이 책임지라고, 탄핵 찬성 시위에 나랑 같이 나가자고 했는데 그건 거절하더라고.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연애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의 표정은 착잡해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와 휘몰아친 탄핵 정국이 정치부·사회부 기자였던 필자의 일상뿐만 아니라, 정치에 별 관심 없던 친구의 연애까지 위협할 줄이야. 그렇다. 이 혼란한 정국은 우리네 2030의 '사랑'까지 뒤흔들었다.

동시에 친구는 시원섭섭하다고도 했다. 그는 "차라리 연인의 정치성향을 몰랐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대통령을 원망하다가도, "지금이라도 확실히 알아서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알게 되긴 했지만, 어차피 정치 성향이란 더 사귀면 알게 됐을 '좁힐 수 없는 차이'이기도 하단 뜻이었다.

혹자는 요즘 청년들은 정치 성향이 다르다고 연애도 포기하냐고 혀를 차겠지만, 이게 계엄이나 탄핵 때문에 하루아침에 갑자기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우리나라엔 '밥상머리에서 정치 얘기는 금물'이란 말도 있다. 예로부터 정치는 낳아준 부모와도 싸울 수 있는 민감한 주제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윤 대통령 탄핵·계엄 국면 전 조사인 '2023년 사회통합 실태조사'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연애나 결혼할 의향이 없는 사람이 58.2%로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이들과 술자리를 같이할 의향이 없는 응답자도 33.02%에 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치 성향은 국가와 개인, 자본과 계급, 시장과 노동, 자유와 평등에 대한 가치관의 총체를 의미한다. 단순히 어떤 정당을 지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정치 성향이 다르다는 건 개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틀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라온 환경과 경험, 가치관 등이 각기 차이가 있는 만큼 정치 성향 역시 연인 사이에서 다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정치권이 탄핵 정국에서 폭발되고 있는 현 세태를 '나몰라라' 바라보고만 있다는 점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정치 성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개인의 몫이 아니라 국가의 몫이다. 민주주의는 원래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는 사회다. 국론이 극단적으로 분열할 때 흥분한 지지층을 설득하고, 통합의 메시지를 냄으로써 갈등을 식히는 게 정치권의 역할이다.

하지만 국민 통합을 책임지는 국정 최고 지지자인 윤 대통령은 석방 직후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내놓은 415자 분량의 입장문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보내기 바빴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국민들, 그리고 우리 미래세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고, 탄핵을 막으려 단식 투쟁 중인 지지자들을 향해 걱정을 표했다. 분열된 국론에 대한 우려나 탄핵심판 선고에 대한 승복 메시지는 없었다.

여야 정치권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 탄핵 결과에 대한 승복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압박하면서도 국민 통합 메시지는 뒷전이다.

집회에서의 유혈 사태까지 예상되는 최악의 갈등 상황을 막기 위한 게 아니라,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와중에도 지지층을 부추기는 발언만 난무하는 등 정쟁을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연일 장외 투쟁을 이어가고 있고, 국민의힘은 지도부가 장외 투쟁을 하진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60명 넘는 의원들이 헌재 앞 릴레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개인이 사회적 걸림돌 없이 사랑하기엔 국가와 정치권이 책임을 다하지 않는 요즘이다. 탄핵심판 선고 이후에도 정치권이 통합의 메시지를 내지 않는다면 국민 분열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극심해지기만 할 것이다. 사랑을 뒤흔드는 정치권, 모두 유죄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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