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서울의대 교수, '복귀반대' 제자에게 "내 가족이 치료받을까 두려워"

0
댓글1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학교에 복귀하는 의대생을 비난하는 전공의·의대생을 향해 "의사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받으려는 모습이 오만하기 그지없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꺼냈다. 의료공백 사태의 진짜 피해자는 환자와 가족들이라고도 강조했다.

서울대 의대 하은진·오주환·한세원·강희경 교수는 17일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교수들은 먼저 "(의료공백) 사태 초기, 우리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용기 낸 제자, 후배들이 대단해 보였고 후방에서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돌아오는 것은 '교수들은 중간착취자다', '정부의 부역자다', 편협하고 위선적이다'라는 말들이었다. 자신 있게 부인할 수 없던 우리는 부끄러웠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하지만 사태가 지속되면서 우리는 여러분에게 실망하고 절망하고 있다"며 "메디스태프(의사 커뮤니티), 의료 기사 댓글, 박단(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페이스북 글, 그 안에 환자에 대한 책임도, 동료에 대한 존중도, 전문가로서의 품격도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 넘쳐난다. '정말 내가 알던 제자, 후배들이 맞나', '이들 중 우리의 제자, 후배가 있을까'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조금은 겸손하면 좋으련만,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며 "그 글들을 읽다 보면, '내가 아플 때, 내 가족이 이들에게 치료받게 될까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교수들은 이번 의료공백 사태의 진짜 피해자는 환자라고 강조했다. 교수들은 "여러분은 피해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직과 휴학은 여러분이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그로 인해 손해를 보았을지언정 진정한 피해자는 아니다"라며 전공의·의대생 이탈로 인한 "진짜 피해자는 지난 1년 동안 외면당하고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 그들의 가족들"이라고 강조했다.

주변 동료를 존중하라는 질타도 남겼다. 의사 커뮤니티 등에서 병원 복귀 전공의·의대생 블랙리스트가 도는 데 대해 교수들은 "여러분은 현장을 지키고 있는 동료 의사, 교수들을 비난하며 오히려 그들의 헌신을 조롱한다"며 "동료애는 어디에 있나"라고 비판했다.

교수들은 또 "환자를 지켜야 하는 우리는 간호사, 현장의 보건의료직과 다학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래야만 환자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의사만이 의료를 할 수 있다'는 오만한 태도로 이들을 폄하하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솔직해져 보자. 응급실에서의 응급 처치, 정맥 주사 잡기 등 술기를 응급구조사, 간호사들에게 배우지 않았나? 의사 면허가 의료행위의 숙련도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팀의 리더여야 하는 의사가 팀원들을 비하하다니 정말 리더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전공의들이 열악한 수련환경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데 대해서도 교수들은 "수련환경이 가혹하고, 내용적으로 부족한 점,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라면서도 "전공의 과정이 힘들다고 해서 전문의가 된 후에도 그렇게 살고 있나? 대다수는 고액 연봉을 받으며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나?"라고 질타했다.

이어 "진짜 착취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생산직·서비스직 노동자는 12시간 넘게 서서 일하면서도 언제 직장에서 잘릴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산다. 자영업자의 75%는 월 100만 원을 벌지 못한다. 그 중 소득이 0인 사람이 100만 명이다. 그들의 삶이 여러분의 눈에 보이기는 하나? '억울하면 의대 오든지'라는 태도는 진심인가?"라고 물었다.

교수들은 의료공백 사태 초기를 언급하며 "여러분은 2000명 의대 정원 증가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오류를 지적하며 용기와 현명함을 보였다"며 "그러나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로드맵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1년을 보냈다. 오직 탕평(躺平·편하게 누워있기)과 대안 없는 반대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투쟁 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어 보인다"며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 이런 투쟁방식에 계속 동조할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7일 의대생들이 3월까지 복귀하면, 내년 의대 모집 인원을 전년도와 같은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했다. 이후 서울대 의대는 오는 27일로 마감시한을 설정하고, 이때까지 복귀하지 않은 의대생에게는 유급·제적 등 학칙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 의대와 연세대 의대도 각각 오는 21일과 오는 24일로 의대생 복귀 마감시한을 정하고, 서울대 의대와 비슷한 방침을 발표했다.

프레시안

▲서울 종로 서울대병원 의과대학. ⓒ연합뉴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뉴시스與 "지방 주택 추가 구입시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종합)
  • 매일경제“의료대란 초과사망 없었다?...숫자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 봐야”
  • 머니투데이월드컵 연다고 이런 짓을…"유기견 300만 마리 잔혹 살해" 모로코 심각 상황
  • 연합뉴스"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송재익 캐스터 별세(종합)
  • 세계일보[단독] 李 재판 변호인단에 당비 수천만원… 민주당은 “당무·공무상 지출” 해명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