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난 위대한 감독".
토트넘 소식을 다루는 '스퍼스 아미'는 17일(이하 한국시간) "오늘 패배 후 포스테코글루가 터널을 빠져나가는 동안 팬과 그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마티스 텔이 다시 한번 중재자 역할을 했다"라고 전했다.
토트넘 홋스퍼는 16일 오후 10시 30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29라운드에서 풀럼과 '런던 더비'에서 0-2로 패했다.
이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로테이션을 선택했다. 지난 14일 AZ 알크마르전에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한 데다가 리그보다는 8강에 진출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에 온 힘을 쏟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손흥민과 윌손 오도베르, 제임스 매디슨, 루카스 베리발, 파페 사르, 페드로 포로, 미키 반 더 벤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벤치에 앉았다.
그 대신 마티스 텔-도미닉 솔란케-브레넌 존슨, 로드리고 벤탄쿠르-아치 그레이-이브 비수마, 데스티니 우도기-벤 데이비스-크리스티안 로메로-제드 스펜스,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선발로 나섰다. 포메이션은 이번에도 4-3-3이었다.
양 팀은 무리하게 공격하기보다는 조심스러운 탐색전을 펼쳤다. 중원에서 치열하게 맞붙으면서 한 차례씩 공방을 주고받는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전반 15분 코너킥 공격에서 나온 벤탄쿠르의 헤더를 제외하고는 좀처럼 슈팅조차 나오지 않았다.
토트넘이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21분 텔이 왼쪽에서 순간적인 드리블로 수비 3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마무리가 너무나 부정확했다. 텔은 골문 앞으로 달려드는 솔란케에게 공을 건네려 했으나 패스는 한참 멀리 날아갔다.
풀럼이 처음으로 박스 안에서 슈팅했다. 전반 34분 데이비스가 알렉스 이워비의 크로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근처에 떨어진 공을 티모시 카스타뉴가 쇄도하며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결국 전반은 득점 없이 끝났다. 토트넘은 전반 내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며 45분 동안 유효 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슈팅 자체가 벤탄쿠르의 헤더 하나뿐이었다. 오히려 수비에서 실수를 저지르며 풀럼에 기회를 헌납하기만 했다.
토트넘이 후반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 카드를 꺼내 들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직전 본머스전과 마찬가지로 경기가 풀리지 않자 곧바로 손흥민과 루카스 베리발을 투입했다. 대신 존슨과 비수마가 벤치로 물러났다.
손흥민이 경기장에 들어가자마자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후반 2분 우측면에서 페이크로 수비를 한 명 따돌리고 돌파했고, 침착하게 뒤로 공을 내줬다. 그러나 벤탄쿠르의 슈팅은 수비에 막혔다. 손흥민은 후반 13분에도 골문 앞으로 날카로운 프리킥을 올렸으나 동료 머리에 닿지 않았다.
풀럼이 0의 균형을 깼다. 후반 33분 오도베르가 무리하게 드리블을 시도하다가 공을 뺏기며 역습 빌미를 내줬다. 이어진 공격에서 호드리구 무니스가 절묘한 원터치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꿰뚫으며 선제골을 터트렸다.
풀럼이 쐐기골을 넣었다. 후반 43분 데이비스가 롱패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라이언 세세뇽이 달려들어 뺏어냈다. 세세뇽은 그대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2-0을 만들었다. 결국 토트넘은 지난해 내보냈던 세세뇽에게 골을 얻어맞으며 그대로 무릎 꿇고 말았다.
또 반복된 졸전에 토트넘 팬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한 팬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향해 "XX(fu**) 이게 뭐예요?"라고 연달아 외쳤다. 그러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가던 길을 멈춰서고 팬을 쏘아보며 뭐라고 외쳤다.
2005년생 임대생 텔과 2000년생 제드 스펜스가 다급히 말렸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단단히 화가 난 모습이었다. 그는 할 말이 남았다는 듯 다시 돌아와 해당 팬을 가리키며 무언가 덧붙였다. 분명 감정적인 대응이었다. 스퍼스 아미는 "포스테코글루는 '넌 어린 사람(young man)이다. 예의 좀 갖춰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라고 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 팬들과 충돌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토트넘은 올 시즌 내내 심각한 부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 그는 지난해 12월 본머스 원정에서도 무기력하게 0-1로 패한 뒤 팬들과 언쟁을 벌였다. 한 팬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향해 "네 잘못이야"라고 비판했고, 그는 "나라고?"라고 되물으며 원정석 앞으로 다가가다가 보안요원의 제지를 받았다.
이런 연이은 충돌은 결국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 그는 경기 후 인터뷰서 다시 한 번 자신에 대한 비판 세력을 저격했다. 그는 "날 욕하는 사람은 크게 두 분류다. 하나는 방구석 해설자나 하나는 키보드 워리어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슨 이유인지 그들은 특정 인물을 비판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나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난 신경 쓰지 않는다"라면서 "솔직히 내 국적(호주) 때문에 더 까이는 것 같다. 부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분명히 현실이다"고 덧붙였다.
국적 방패를 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어떤 직업이든지 30년 넘게 그 일을 했다면 이미 베테랑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 업계 상위 1%만 할 수 있는 일(토트넘 감독)을 한다면 존중해야 된다. 난 지난 시즌 8위 팀을 5위 팀으로 만든 사람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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