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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약자 경멸할 뿐… 우크라 '저자세' 도움 안 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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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유력 정치학자 예브헨 마흐다
''러시아 휴전 미적대는 상황, 기회일 수도
'푸틴 압박에 우크라 활용' 美 설득해야"
한국일보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학자로 꼽히는 예브헨 마흐다가 15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다. 경멸하고 억압할 뿐이다. '무조건 저자세'가 우크라이나에 능사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학자로 꼽히는 예브헨 마흐다(51)가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진행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국립 타라스셰우첸코대 조교수, 세계정치연구소 전무이사 등을 역임한 그는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BBC방송 등 유수 언론에 단골로 등장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관련 정세를 분석하는 전문가다.

그에게서 '저자세 외교'에 대한 부정적 발언이 나온 건 뜻밖이었다.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모욕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 입장을 강변하다가 백악관에서 내쫓긴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군사적 지원까지 끊기는 고초를 겪은 것을 전 세계가 똑똑히 지켜봤기 때문이다.

마흐다 말은 그러나 '미국에 맞서라'거나 '강한 척하라'는 뜻이 아니었다.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어떤 쓸모가 있는지'를 더 적극 알리고 납득시키라는 얘기였다. 그는 "미국의 가장 큰 관심사는 '최대한 빨리 전쟁을 멈추는 것'이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 뜻대로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며 "미국은 짜증이 날 텐데 이때 '러시아 압박에 우크라이나를 활용하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11일 합의한 '30일 휴전안'에 러시아가 미적대는 현 상황을 호재로 만들라는 제언인 셈이다. 다음은 마흐다와의 일문일답.
한국일보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하고 있다. 함부르크=AP 연합뉴스


-30일 휴전안에 미국은 왜 합의했을까. 러시아는 왜 수용하지 않나.

"트럼프는 '내가 모든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빠른 휴전 또는 종전을 공언했다. '30일 휴전안'도 빨리 성과를 거두려는 욕심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파괴'를 목표로 전쟁 중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전황이 유리한 상황에서 러시아는 휴전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설령 동의한다 해도 필연적으로 깨질 것이다."

-우크라이나도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까.

"예상 범위에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30일 휴전에 미국과 합의한 건 '백악관 파동' 이후 미국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 회복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현 상황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트럼프는 스스로 '시간과의 싸움'에 뛰어들었다. 휴전안을 수용하도록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 미국의 대(對)러시아 압박 국면에서 우크라이나를 활용하라고 우크라이나가 적극 어필해야 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강철 고슴도치'로 만들자고 말했는데, 이 표현을 빌리자면 '러시아 발밑에 맴돌며 성가시게 구는 고슴도치'로 우크라이나를 미국에 인식시키자는 것이다."

-그런 고슴도치가 될 역량이 우크라이나에 있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가장 잘 아는 국가다. 더구나 우크라이나는 국내총생산(GDP) 20% 이상을 국방비로 쓰고 있다. 이런 경험과 의지를 가진 국가는 미국 파트너 중 없다. 미국으로선 우크라이나와의 군사 협력 강화를 통해 러시아를 성가시게 만드는 방법도 고려해봄 직하다."

-이런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 이유가 우크라이나에 있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싸울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전쟁을 멈추도록 설득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로서는 미국을 우방으로 둘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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