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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원자로 설계 SW 한국 유출 시도”… 민감국가 지정 배경 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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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보안 유출 시도 문제 삼아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 들고 한국 가려다 적발
민감국가 지정 주요 배경으로 거론돼
野, 사실 확인도 없이 “핵무장론 때문” 제창
조선일보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 전경. /에너지부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해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2년 전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서 한 계약직 직원이 한국으로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유출하려다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내에선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 목록(SCL)’에 포함시킨 사유로 보수 세력이 중심이 된 핵무장론, 비상 계엄·탄핵 정국 등 정치·정책적 측면을 주로 거론하고 있지만 미국 측에선 우리 정부에 보안 문제가 여러 차례 발생한 점을 거론했다고 한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핵무장 의지를 공표하거나 외교 경로로 이를 미국에 전달한 적은 없었다.

미 에너지부 감사관실(OIG)이 지난해 상반기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OIG는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갖고 한국으로 향하던 에너지부 산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 직원을 적발했다. 시기는 2023년 10월 1월부터 2024년 3월 31일 사이로, 이 사건이 보고서의 첫 번째 사례로 거론됐다. 보고서에는 “도급 업체(contractor employee) 직원이 수출 통제된 자료를 소지하고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탑승하려다 적발된 후 직원을 해고했다” “수출 통제 자료는 아이다호 국립연구소가 소유한 독점적 원자로 소프트웨어였다”라고 돼 있다.

OIG는 “이 직원이 외국 정부(foreign government)와 소통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메일·채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며 “이 사건은 현재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이 공동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 ‘외국 정부’가 어딘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국으로 설계 자료를 가져가려 했다’고 명시한 점에서 이는 한국 정부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민감 국가 지정을 둘러싼 논란 이후 미 당국에서 이 사건을 대표 사례로 들이밀며 다른 몇몇 사건들과 함께 보안 문제를 주로 거론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외교부는 17일 “한국이 민감 국가 리스트 최하위 범주에 포함된 것은 외교 정책상 문제가 아닌 보안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현재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그 카운터파트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간 고위급 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조선일보

미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지난해 상반기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 일부. /에너지부


실제로 민감 국가 리스트는 에너지부가 산하 기구인 정보방첩국(OCI)을 통해 자체 관리하는데 국가 안보, 테러 방지,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등 지정 사유가 다양한 편이다. 본지가 지난 10일 국무부에 이를 문의했을 때도 “우리가 관여한 적이 없으니 에너지부에 문의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국무부도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외교·안보적인 고려는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사안에 밝은 한 인사는 “에너지부 내에서 한국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도 동향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민감 국가 내 ‘기타 지정 국가’ 목록을 보면 미국의 맹방이라 할 수 있는 이스라엘, 인도·태평양 지역의 우방인 대만도 들어가 있다. 이 때문에 에너지부는 한국이 민감 국가 목록에 들어간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양자(兩者) 간 과학·기술 협력에 대한 새로운 제한은 없다”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증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발신했다.

또 바이든 정부가 이번 결정을 내린 2024년 12월~2025년 1월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 속 국내에서 핵무장론이 실종된 상태였다. 그런데도 야권에서는 별도의 사실 확인 절차 없이 이를 핵무장론 주장에 따른 ‘외교 참사’로 규정하며 “한국 내 핵무장론에 대한 깊은 의구심과 문제의식이 미국 내에 있었기 때문”(위성락 민주당 의원 겸 이재명 대표 외교안보단장) “무책임한 핵무장론 제창이 현 상황을 초래한 주요 원인”(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독자 핵무장이라는 매우 비뚤어진 욕망을 가진 윤석열 정권을 신뢰할 수 없었던 것”(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이라고 정치 구호를 앞세웠다. 전직 외교부 고위 간부는 “민주주의 국가인 우방에서 정치인이나 학자, 언론이 핵무장을 좀 얘기했다고 해서 이를 제재한다는 건 넌센스”라고 했다.

바이든 정부의 주요 당국자들은 확장억제(핵우산)을 넘어서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 기획·공유 등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들어 워싱턴 조야(朝野)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 속 한국의 핵 옵션을 일부 논의해 볼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공화당 소속 상원 외교·안보 투톱인 제임스 리시 외교위원장과 로저 위커 군사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점증하는 북핵 위협 속 한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J D 밴스 부통령 측근인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 지명자 역시 “중국과의 군사적인 균형을 위해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까지 고려한 모든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고 했었다. 워싱턴 DC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최근 북·중·러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미국이 보유한 유일한 전술핵무기로 알려진 B61 핵폭탄을 오산·군산에 배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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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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