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소속 강희경 소아청소년과 교수(왼쪽), 하은진 중환자의학과 교수(오른쪽) 등이 17일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 및 의대생들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 모습. 뉴시스 |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4명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수련병원과 학교를 떠난 뒤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을 향해 “현재의 투쟁 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소속 강희경 오주환 하은진 한세원 교수는 17일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 이제는 결정할 때입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강 교수 등은 제자인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로드맵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1년을 보냈다. 오직 탕핑(躺平·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음)과 대안 없는 반대만이 있을 뿐”이라며 “이런 투쟁 방식에 계속 동조할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4명은 지난해 2월 전공의 이탈 이후 출범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교수들은 ‘진짜 피해자는 누구입니까’라고 반문한 뒤 “사직과 휴학은 여러분이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진정한 피해자는 아니다”라며 “진짜 피해자는 지난 1년 동안 외면당하고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 공백 해소의 열쇠를 쥔 전공의 등을 겨냥해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 등은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확실한 경제적 보장을 받는 직군 중 하나”라며 “그런데도 전공의 수련 과정을 ‘착취’라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주장일까요”라고 되물었다.
한편 의료계 단체들은 의대생들에게 이달 말까지 학교로 돌아오라고 요구하는 정부와 대학 총장, 의대 학장을 향해 “압박과 회유로는 교육 정상화가 이뤄질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의대 학장들께 드리는 글’에서 “교육부와 일부 의대 학장들은 의대생들의 일괄 휴학 수리 불가와 함께 제적 가능성을 거론한다”며 “교수들은 원칙과 상식 내에서 최대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원로 단체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도 “학생들의 복귀를 조건으로 삼아 학생들에게 각종 불이익과 시한적 압박을 가하는 정부의 태도는 놀랍다”고 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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