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17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중국)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포효하고 있다. 2023년 한국 선수로는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세계 최고 권위의 이 대회 정상에 섰던 안세영은 2년 만에 왕좌를 탈환하며 명실상부한 ‘코트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버밍엄=AP 뉴시스 |
“내가 이제 여왕이다(I’m a queen now).”
세계랭킹 1위 안세영(23)은 17일 영국 버밍엄에서 끝난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전영오픈(슈퍼 1000)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른 뒤 이렇게 말했다. 안세영은 이날 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왕즈이(25·중국)에게 2-1(13-21, 21-18, 21-18)로 역전승했다. 우승 확정 후 왕관을 쓰는 세리머니를 펼친 안세영은 이어진 코트 인터뷰에서 “전영오픈의 여왕이 된 것이냐”란 사회자의 질문에 “네(Yes)”라고 답한 뒤 다시 양손으로 왕관을 쓰는 포즈를 취했다. 좌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다.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세계 최고 권위의 전영오픈에서 2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코트의 여왕’에 등극했다. 안세영은 1899년에 시작돼 세계에서 가장 긴 역사와 권위를 갖고 있는 전영오픈에서 2023년 한국 선수로는 방수현(53) 이후 27년 만에 우승했다. 무릎 부상 등에 시달린 지난해 준결승에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세계랭킹 3위)에게 패해 발길을 돌렸지만 올해 보란 듯이 정상을 탈환했다.
하지만 끈질긴 수비를 앞세워 두 번째 세트를 21-18로 가져왔다. 특히 6-6 동점에서 79차례나 이어진 긴 랠리 끝에 7-6으로 앞서며 분위기를 바꿨다. 안세영은 3세트에서도 체력이 떨어진 왕즈이를 집중 공략하며 21-18로 승리했다. 안세영은 “두 번째 세트에서 온갖 감정이 떠올랐지만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뿐이었다”며 “이번 전영오픈 우승은 내 커리어에 큰 의미가 있다.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내가 매우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세계 여자 배드민턴 무대는 ‘안세영 천하’다. 1월 시즌 첫 출전이자 개막전인 말레이시아오픈(슈퍼 1000) 우승을 시작으로 인도오픈(슈퍼 750), 오를레앙 마스터스(슈퍼 300), 그리고 전영오픈까지 참가한 4개 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4개 대회에서 치러진 20경기 중 단 3경기에서 한 세트씩을 내줬을 뿐 나머지 경기는 모두 무실세트로 승리했다.
안세영은 이번 시즌 치른 20경기의 평균 경기 시간이 44.3분에 불과할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가장 짧았던 경기는 2세트 기권승이 나온 말레이시아오픈 8강전의 16분이었고, 가장 길었던 경기는 이번 전영오픈 결승의 95분이었다.
왕즈이는 전영오픈이 끝난 뒤 “안세영에게 많은 것을 배웠던 경기다. 내가 반성해야 할 것이 정말 많다”고 완패를 인정했다. 이에 안세영은 왕즈이에게 “최선을 다해 뛰어줘서 고맙고, 다음에도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자”며 승자의 품격을 보여줬다.
뒤이어 열린 남자 복식 결승에서는 서승재(28)-김원호(26) 조가 레오 롤리 카르나도-바가스 마울라나(인도네시아) 조에 2-0(21-19, 21-19) 완승을 거두며 우승했다. 한국이 이 대회 남자복식에서 우승한 것은 2012년 이용대-정재성 조 이후 13년 만이다. 이번 대회에 지도자로 동행한 이용대는 대표팀 지도자 데뷔전에서 다시 한 번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말레이시아오픈과 독일오픈을 제패한 서승재-김원호는 올해 들어 3번째 우승을 합작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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