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브리핑. 경남도청 제공 |
민간사업자의 대출 연장 무산에 따른 파산 위기에다 창원시와의 소송으로 장기간 표류 중인 '창원 웅동1지구 개발 사업'과 관련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경자청)이 창원시를 배제하고 경남개발공사를 단독 사업 시행자로 지정하는 등 정상화를 위한 칼을 빼 들었다.
박성호 경자청장은 1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웅동1지구 정상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박완수 경남지사가 지난 11일 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이제는 창원시의 입장을 수용하기 어렵고 더 이상 해결 의지가 없다고 판단돼 경자청을 통해 법적인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한 이후 6일 만에 나온 후속 절차인 셈이다.
앞서 경자청은 개발 사업시행자의 귀책에 따른 사업 기간 내 개발 미완료, 정당한 사유 없이 실시계획을 미이행하고 시행 명령을 어겼다며 경남개발공사와 창원시의 공동 개발사업 시행자 지위를 취소했다. 이에 불복해 창원시가 소송을 진행했지만, 1심에서 졌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박 청장은 이같은 결정에 대한 책임을 창원시에 돌렸다. 창원시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며 대안 제시와 논의 과정을 거쳤지만, 오히려 사업 정상화 지연이라는 결과만 반복됐다는 이유다.
그는 "지난해 말 창원시와 협의 과정에서 경남개발공사 단독 지정에 동의했지만, 갑자기 번복하며 공동시행자 지정을 요구했다"며 "2020년과 2022년 두 차례 협의체 협상이 결렬됐고, 민간사업자인 진해오션리조트 대출 중단과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개발사업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경남개발공사를 단독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웅동1지구는 '공익성'이라는 원칙에 따라 공공 개발 방식으로 추진한다.
민간 개발 방식으로 하려면 토지를 조성 원가에 제공해야 하는데, 현재 웅동1지구 68만 평의 땅값이 14배 이상 올랐다. 2009년 당시 토지 취득가액이 136억 원이지만, 현재 공시지가는 1915억 원에 달한다. 향후 개발할 때쯤이면 땅값은 이보다 더 비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민간사업자의 과도한 개발 이익과 특혜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경자청의 의지다. 박 지사 역시 "지금 땅값이 엄청나게 올라 민간사업자에게 원가로 주면 엄청난 특혜"라며 공영 개발 방식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경자청은 이달 안에 경남개발공사를 단독 시행자로 지정한다. 공동 사업시행자 간 의사 결정 혼선과 사업 지연을 막고자 경남개발공사 단독 체제가 정상화에 적격이라고 판단했다.
개발 계획 기간 연장을 위한 실시계획 변경 절차를 9월까지 완료해 도로 등 남은 기반 시설을 완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어 36홀짜리 골프장만 덩그러니 개발되고 남은 부지의 발전 구상과 개발계획 수립 절차를 거쳐 2029년 하반기에 상부개발 사업을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민간사업자인 진해오션리조트와도 정리 수순에 들어간다.
기존 협약이 해지되면 경남개발공사와 창원시는 진해오션리조트에게 골프장 건설 비용 등 확정투자비 오는 12월까지 지급해야 한다. 현재 확정투자비는 15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개발공사는 이 확정투자비 부담을 조건으로 새로운 민간 사업자를 찾아 선정하고 골프장 등 시설물 양도·양수 협의 후 골프장 운영권을 줄 계획이다.
그리고 골프장을 제외한 애초 계획했던 휴양문화·숙박시설 등 잔여 사업을 진행할 민간 사업자를 찾는다.
해당 시설들이 들어서는 웅동1지구 내 토지소유권은 경남개발공사·창원시가 그대로 갖고, 시설을 짓고 운영할 권리를 민간에 준다는 계획이다. 이를 구체화하고자 용역 등을 추진한다.
박 청장은 "확정투자비는 골프장과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데 투입한 것으로, 민간사업자가 아닌 공공기관이 하더라도 원래 투입해야 할 필요 비용"이라며 "창원시와 경남개발공사가 확정투자비를 지급하더라도 행정의 추가적인 재정 손실은 없다"고 강조했다.
진해·의창소멸어업인 조합의 생계 대책 부지 문제도 매듭짓는다.
웅동1지구 토지 지분 비율은 경남개발공사 64%, 창원시 26%, 진해·의창소멸어업인조합이 10%다. 창원시가 어장 상실에 따른 피해 보상과 별도로 지분을 가진 웅동1지구 토지 일부를 진해·의창소멸어업인조합에 생계 대책용으로 매각했다.
경제자유구역 특성상 진해·의창소멸어업인조합은 토지 소유권은 있지만, 개발권이 없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은 땅만 소유한 상태에서 재산세 등 각종 세금과 땅을 매입할 때 빌린 자금 이자를 꼬박꼬박 물고 있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경자청은 사업지구를 분할해 소멸 어업인에게 자체 개발사업을 할 수 있도록 사업시행자 지위를 부여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년 4월까지 지구분할을 위한 개발계획 변경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 청장은 "창원시가 제기한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했고, 2심 본안과 상급심도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창원시가 기존 소송을 계속하고, 이번 정상화 계획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브리핑. 경남도청 제공 |
이에 대해 창원시는 "경남개발공사의 단독 지정에 동의했지만, 번복해 창원시를 공동 시행자로 지정해 달라는 요구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사업시행자 지위 유지는 창원시민의 이익과 직결되는 조성 토지의 소유권 문제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에게 돌아가야 할 기대 이익 확보 등을 위해 진행 중인 소송에서 창원시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유일한 여가·휴양용지인 웅동1지구 웅동복합관광레저단지는 지난 2009년 경남개발공사와 창원시, 민간사업자인 진해오션리조트 간 협약을 통해 진행됐다.
진해구 수도동 일원 225만㎡(68만 평)의 규모로 개발한다. 사업대상지를 30년간 진해오션리조트에 임대하고, 민간사업자는 자금을 투자해 부지를 조성, 시설물을 건설·운영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그러나 진해오션리조트는 2017년 12월 조성한 36홀짜리 골프장 외에는 숙박·휴양시설 등 다른 사업은 전혀 추진하지 않았다.
게다가 진해오션리조트는 대주단으로부터 빌린 1320억 원 중 남은 대출금 1170억 원에 대해 최근 약정된 만기일이 도래했지만 상환하지 못했고, 대주단도 대출 만기일을 연장하지 않아 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인 상태다. 향후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파산(디폴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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