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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의 자성 "삼성 全분야 기술 경쟁력 훼손"…위기 정면돌파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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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독한 삼성인' 메시지]
'삼성 위기론'에 강한 질책성 메시지 낸 이재용
"삼성, 판을 바꾸려는 노력보다 현상유지 급급"
위기 정면돌파 대내외 천명…올해도 공격 투자
[이데일리 김정남 공지유 기자] “(지난 1999년 당시) 21세기를 주도하며 영원할 것만 같았던 미국 다우지수 30개 대표 기업 중 24개가 새로운 혁신 기업에 의해 무대에서 밀려났다. 남의 일이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삼성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명을 대상으로 강한 질책성 메시지를 낸 것은 그만큼 회사 안팎의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IT업계를 주름잡던 ‘반도체 제국’ 인텔 같은 회사마저 순식간에 가라앉는데, 삼성이라고 다를 게 없다는 위기의식을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읽힌다. 이 회장이 위기 타개를 위한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뛰어넘는 것) 전략을 본격화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JY “삼성, 도전 없고 현상유지 급급”

이 회장의 메시지를 담은 이번 영상은 ‘바뀌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으로 채워져 있다. 이 회장은 몰락한 기업들을 두고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특히 국가총력전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산업계 흐름을 주목하면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이어 “삼성전자는 전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훼손됐다”며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판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 회장이 그러면서 내건 화두가 ‘독한 삼성인’ ‘사즉생의 각오’다. 그는 “중요한 것은 상황이 아니라 상황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고 했다.

이데일리

(그래픽=김정훈 기자)




실제 이번 임원 세미나에 나온 외부 인사들은 “실력을 키우기보다 남들보다만 잘하면 된다는 안이함에 빠진 게 아니냐” “상대적인 등수에 집착하다 보니 질적 향상을 못 이루고 있는 것 아니냐” 등의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지난해 ‘삼성 위기론’이 불거진 이후 이 회장의 질책성 메시지가 대외에 알려진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말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검찰 구형 직후 최후 진술에서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는데, 이번 메시지는 당시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이었다고 삼성 임원들은 전했다. 특히 이 회장이 사장단 회의가 아닌 임원 회의에서 이같은 질책성 메시지를 낸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것이라고 한다. 이번 영상은 연초 사장단 세미나 때 공개한 신년 메시지를 다시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한 임원은 “내부 임원 교육은 정말 많다”면서도 “이번 세미나는 절박함의 강도가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와 함께 기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 등의 언급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주문해 왔다. ‘초격차’를 위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결국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또 “경영진보다 더 훌륭한 특급 인재를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양성하고 모셔와야 한다”며 “성과는 확실하게 보상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신상필벌이 우리의 오랜 원칙이다. 필요하면 인사도 수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쟁사들 추격 허용한 반도체·TV

이 회장이 고강도 질책성 메시지를 낸 것은 삼성 사업들이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 발짝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상징과 같은 반도체(DS)부문은 일제히 부진에 빠졌다. 메모리사업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지연 등으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세계 1등 지위를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는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완제품(DX)부문의 주력 사업인 TV, 스마트폰, 가전 등은 중국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TV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23년 30.1%에서 지난해 28.3%로 하락했고, 같은 기간 스마트폰의 경우 19.7%에서 18.3%로 떨어졌다. 휴머노이드 로봇 등 미래 사업들은 아직 수익화 단계는 아니다. 재계 한 고위인사는 “요즘 삼성은 바이오 빼고는 돈 버는 곳이 없다는 말이 돈다”며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 점”이라고 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보조금 리스크까지 겹쳤다.

또 다른 재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메시지는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고 내외부에 천명한 것”이라며 “이 회장은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을 뛰어넘는 뉴삼성 비전이 절실하다”고 했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회장 눈치도 보지 말고 소신껏 하라” “회장인 나부터 바뀌겠다” 등 신경영 메시지를 통해 삼성은 초일류 기업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에서는 삼성은 이같은 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역대 최대 투자를 집행한 점을 들어 올해 역시 미래 준비를 위한 공격 투자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각각 35조원, 53조6000억원을 쏟아 부었다.

한편 삼성인력개발원이 주관하는 이번 세미나는 임원의 역할과 책임 인식 및 조직 관리 역할 강화를 목표로 경기 용인에 위치한 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다음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열린다. 삼성이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은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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