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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국립점화시설(NIF)의 핵융합 실험 장비 |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상업용 핵융합 발전 경쟁에서 수십년 동안 주도권을 쥐어온 미국을 중국이 따라잡고 있다고 미국 CNBC 방송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의 에너지 생성 방식을 본뜬 에너지 생산이다. 방사성 폐기물을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기존 핵분열보다 연료 1kg당 4배, 석탄 연소보다 400만배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한다. 2050년에는 1조달러 규모의 시장이 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융합산업협회(FIA)에 따르면 미국 내 핵융합 스타트업에 대한 민간 투자는 2021년 12억달러에서 80억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FIA 회원사 40개 중 25개가 미국 스타트업이다.
기술 굴기를 내세운 중국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이 핵융합 기술을 개척한 지 거의 40년 뒤에 첫 원자로를 착공했지만,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훨씬 더 많은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 30여 개국과 함께 프랑스에 국제 공동으로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핵융합 경쟁에 뛰어들었다.
핵융합 발전 경쟁에서 미국 민간 부문은 여전히 앞서 있다.
FIA에 따르면 전 세계 민간 핵융합 투자 80억달러 중 60억달러가 미국에 몰려 있다.
미국 스타트업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구글 등으로부터 가장 많은 약 20억달러를 유치했다.
워싱턴 소재 스타트업 헬리온은 오픈AI의 샘 올트먼 등으로부터 10억달러를 유치했다. 헬리온은 2028년부터 핵융합 발전을 통해 매년 최소 50MW(메가와트)의 전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MS와 체결했다.
구글의 지원을 받는 'TAE 테크놀로지스'도 12억달러를 유치했다.
이와 달리 공공 자금 펀딩 규모로 보면 중국이 미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CNBC는 보도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중국은 핵융합 연구에 매년 15억달러를 투입하는 반면, 미국 연방정부의 핵융합 예산은 지난 몇 년간 연평균 약 8억달러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연방정부 대규모 예산 삭감으로 인해 핵융합 연방 기금이 어떻게 될지 불분명한 상태다.
미 상원의원들과 핵융합 전문가들은 지난달 미국이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100억달러의 핵융합 연방 기금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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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첫 각료회의 |
CNBC는 이미 미국이 원자로 규모 측면에서 주도권을 잃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일반적으로 설치 면적이 클수록 원자로가 플라스마를 더 효율적으로 가열하고 가둘 수 있어 순 양의 에너지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들었다.
일련의 위성 사진은 지난해 중국의 거대한 레이저 핵융합 시설이 빠르게 건설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격납 돔이 미국 레이저 핵융합 프로젝트인 NIF의 약 두 배 크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FIA의 앤드루 홀랜드 최고경영자(CEO)는 이 핵융합 시설이 핵융합-분열 하이브리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핵융합-분열 하이브리드는 본질적으로 폭탄을 복제하는 것과 같지만 발전소 역할을 한다"며 "미국처럼 안전 규제 체제가 있는 곳에선 절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기존 프로젝트인 EAST(핵융합 유도 토카막 실험 장치)는 지난 몇 달간 원자로 내부 플라스마 최장 봉쇄 기록을 세우고 있다. 다만 이는 기술적 성과 측면에서 핵융합 점화 수준에는 못 미친다.
중국의 또 다른 대규모 국비 지원 프로젝트인 CRAFT는 올해 완공될 예정이다. 7억달러 규모의 이 프로젝트에는 BEST라는 새로운 토카막이 2027년에 들어선다.
CRAFT 프로젝트는 2020년 미국 과학자 수백 명이 발표한 계획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홀랜드 CEO는 추정했다.
그는 "미 의회가 (과학자들이 발표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돈을 쓰는 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이걸(계획) 발표하면 중국은 가서 건설했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 헬리온의 데이비드 커틀리 CEO는 "특히 중국은 국가 기관이 기업들에 투자하고 그다음에 그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의 설계를 모방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중국이 새로운 핵융합 프로젝트를 빠르게 선보이는 것은 미국의 노력이 기존 기계 업그레이드에 집중된 시점에 나왔다. 기계들의 일부는 30년 이상 넘은 것들이다.
2000년대 초 핵융합 연구 예산 삭감으로 미국 대학들이 새로운 기계에 대한 연구를 멈추고 연구원들을 중국 등 다른 나라로 보내 새로운 기계를 배우도록 했다.
커멘웰스 핵융합 시스템의 공동설립자 겸 CEO인 밥 뭄가드는 "우리는 새로운 실험기를 만드는 대신 중국에 가서 그들의 실험기 구축을 도왔다"며 "그건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닛케이 아시아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은 핵융합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핵융합 과학 및 공학 분야의 박사 학위 취득자 수도 미국의 10배에 달한다.
TAE 테크놀로지의 마이클 바인더바우어 CEO는 "서구에는 모든 기업이 경쟁하는 한정된 노동력이 있다"며 "이것이 근본적인 제약"이라고 지적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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