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습 뒤로 미국 성조기와 유럽연합(EU)의 유럽의 깃발이 보인다.(사진=그록3 이미지 생성) |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상공회의소 EU지부는 이날 발표한 ‘2025년 대서양 경제 보고서’에서 “미국과 EU 경제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긴밀하고 중요한 경제 네트워크이지만, 현재 진행 중인 무역 마찰이 지속하면 올해는 양측 관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이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전쟁 선포로 최근 미국과 EU 간의 무역 긴장은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지난주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자 EU는 이에 대한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EU산 와인과 증류주에 대해 200%의 고율 관세 부과를 위협하며 추가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對) EU 상품 무역 적자를 문제 삼으며 제조업체들이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상공회의소 EU지부는 보고서에서 무역뿐만 아니라 투자까지 포함한 경제 전반을 고려해야 한다며, 과도한 관세 전쟁이 양측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측간 단순한 관세 조치가 아니라 세계 최대 경제권 간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뒤흔드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EU 경제 규모는 구매력 기준으로 전 세계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양측에서 총 1600만개 일자리를 지원하며, 세계 소비의 절반이 양측간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는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미국과 유럽의 투자 흐름은 저비용 신흥 시장이 아닌 서로를 향하고 있다”며 무역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양측의 투자 관계라고 강조했다.
미국상공회의소 EU 지부가 발간한 2025년 대서양 경제 보고서 표지(사진=미국상공회의소 EU 지부 보고서 갈무리) |
미국과 EU 경제 관계는 단순한 상품 거래를 넘어 서로의 경제에 깊숙이 얽혀 있는 투자 기반 위에 구축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유럽 내 해외 자회사 매출은 미국의 대유럽 수출액보다 4배 많고, 유럽 기업의 미국 내 자회사 매출도 유럽의 대미국 수출액보다 3배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의 주요 저자인 대니얼 해밀턴 존스 홉킨스 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SAIS) 선임 연구원은 특히 아일랜드의 대미 무역의 90%, 독일의 대미 무역의 60%가 기업 내부 거래로 이루어지고 있어 관세 충돌이 지속하면 다국적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번 관세 갈등이 단순한 무역 갈등에 그치지 않고 투자·서비스업·데이터 흐름·에너지 부문 등 광범위한 분야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EU 간 디지털 서비스 교역량은 세계 전체의 3분의 2를, 미국과 EU 간 데이터 흐름도 전 세계 데이터 흐름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의 EU 디지털 서비스 수출 규모는 3200억 달러(약 464조원)에 달한다.
아울러 미국은 유럽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국 (48%)이며, 유럽은 미국의 최대 원유 수출 시장으로 이번 관세 전쟁이 에너지 시장까지 확대되면 심각한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미국과 EU 기업들이 서로의 시장에 투자하고 긴밀한 ‘가치 사슬’(Value Chain)을 구축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BMW 같은 자동차 제조사들도 주요 피해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BMW가 미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차량은 양측 간의 공급망 협력 덕분에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관세 충돌이 심화하면 생산과 유통 비용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밀턴 연구원은 “이번 무역 갈등 탓에 독립적인 투자만이 증가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오히려 글로벌 공급망이 비효율적으로 변할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