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EU 수교 50년, 특별한 해 불구 EU 측 초청 거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긴장 강화, 전기차 관세도 한몫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폐막식에 리창 총리와 도착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시진핑 국가주석이 수교 반세기를 기념한 유럽연합(EU)의 초청을 거절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대신 서열 2위인 리창 총리가 대신해 유럽의회 및 EU 집행위원회 수장과 각각 회담할 것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이후 보다 냉담해진 중국과 EU 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U와 중국 간 정상회담은 통상 벨기에 브뤼셀과 중국 베이징에서 번갈아 개최하되 브뤼셀에서의 회담은 시 주석 대신 총리가 맡아왔던게 관례다. 그러나 EU는 트럼프발 총성 없는 관세 전쟁 속에 중국과 수교 50주년을 특별히 기념해 올해는 시 주석이 유럽을 직접 방문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시 주석의 거절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격에도 EU와 함께 대응할 접점이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EU와 중국 사이의 긴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악화했다. EU는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경제적으로도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있다며 관세를 부과했다. 실제 중국의 지난해 대EU 무역 흑자는 3045억유로(480조원)에 달한다.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5'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마련된 중국 지커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전기차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중국의 '늑대 전사' 외교관으로 알려진 루 샤예 유럽 문제 특별 대표는 "중국의 유럽 정책이 평화, 우정, 협력 및 상호 이익을 옹호해왔다"며 "이것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미국보다 중국의 유럽에 대한 정책이 더 비전적이고 공정하며 합리적이다. 이것이 (유럽에)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루 특별 대표는 지난해 크름반도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인지 의심스럽고 구소련 산하였던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EU 회원국에 주권이 있느냐고 발언해 유럽의 공분을 샀다. 이런 루를 유럽 문제 특별 대표 자리에 앉힌 것 자체가 중국의 대EU 외교 강경화를 시사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중국 입장에선 당장 유럽 외교보다 트럼프 관세로 미국시장에서 밀려나는 중국 제품의 홍수를 막는 게 더 시급하다는 해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마로스 셰프코비치 EU 무역 대표가 이달 말 중국을 찾는다. 스페인 외무장관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는 지난달 FT에 "EU도 잠재적 기회를 봐야 한다"며 중국이 "파트너가 될 수 있을 때 활용하자"고 말했다. 우르슐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지난달 "유럽은 자체 산업을 보호해 계속 위험을 줄일 것"이라면서도 "무역과 투자 관계를 확장할 합의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EU는 지난 14일 나일론을 만드는 데 쓰는 중국산 에디프산에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옥수수, 나사, 양초 등에 이어 11번째 중국산 반덤핑 조사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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