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트럼프 정부 1기 '민감 국가' 정책 사례
특정 기술 분야 공동연구 '금지'
강도 높은 연구자 신원 조회·실험실 출입 및 인프라 이용 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아일랜드의 친구들’ 오찬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미국의 '민감 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에 한국이 포함된 채로 오는 4월15일 발효될 경우 우리 연구자들이 미국과의 과학기술 교류 현장에서 실질적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1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DOE)가 지난 1월 한국을 '민감 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 목록'에 추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에너지부가 미국 내 대학 및 연구기관에 내린 민감 국가와의 과학기술 국제협력 지침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부는 "미국 과학기술에 미칠 위험성을 관리하기 위해 에너지부 산하 관리감독기구인 '연방감독자문기구(FOAB)'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FOAB는 에너지부 내 과학기술국, 에너지국, 핵안보국, 첩보국으로 구성된 기구로 'S&T(과학기술) 위험성 지표'를 기준 삼아 국제공동연구에 참여하는 외국 출신 연구원의 동향을 관리감독하는 게 주요 업무다. 핵심은 미국의 국익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민감 국가와의 국제공동연구를 추려내는 데 있다. 에너지부에서 자금 지원을 받는 모든 연구는 S&T 위험 지표에 따라 민감 국가 출신 연구자와의 협력에서 제한받는다.
2018년 12월미국 에너지부가 미국 내 대학에 보낸 민감국가 관련 공지 일부 /사진=휴스턴대 |
당시 즉시 수정돼 연구 현장에 적용된 정책 조항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와 공동연구 중인 외국 출신 연구원은 자신의 동정과 연구 활동 등을 빠짐없이 담은 이력서를 에너지부 산하 연구기관의 실험실, 공장, 부지 등에 방문하거나 과제를 수행할 때마다 제출해야 한다. 이력서에는 전문 분야, 공백기 없이 빠짐없이 기록된 직무 이력, 현재 소속된 연구기관의 이름 등을 공개해야 한다.
또 민감 국가로 지정된 국가는 미국 내 특정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연구 활동이 금지된다. 민감 국가임에도 반드시 공동연구를 진행해야 할 경우 미국 내 연구기관의 기관장이 직접 FOAB에 상세한 이유를 진술하고 최종 승인을 얻어야 한다.
민감 국가 소속 연구자는 국제공동연구 승인 전 강도 높은 신원조회 과정을 거치게 된다. 또 연구기관 내 연구 인프라 사용이 금지될 수 있는데, 전제 조건이 '위험성을 완화할만한 효율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을 경우'인 탓에 구체적인 승인 조건을 알기 어렵다. 이런 제약은 특히 미국의 고성능 연구시설을 활용해야 하는 공동연구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만 해도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사광가속기를 갖추고 있어 전 세계 연구계 수요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2019년 이같은 민감 국가 지정 소식을 전하며 "에너지부의 최근 연구 우선순위를 감안할 때 AI(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양자 정보, 나노 과학 및 첨단 제조 분야가 영향받을 수 있다"고 봤다. 또 에너지부가 2019년 1월 31일 산하 기관에 두 번째 내부 메모를 보내 "DOE 지원을 받는 연구자는 중국 천인(天人) 프로그램 등 외국 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고 전했다. 다만 정부 간 사업으로 추진 중인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등에는 이같은 민감 국가 정책이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에너지부 산하 LBNL,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LLNL), 아르곤 국립연구소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연구를 추진 중이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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