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넨 바르 신베트 국장. 로이터연합뉴스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내 정보기관인 신베트의 수장을 해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추가적인 부패 의혹으로 신베트의 수사망에 오른 그가 자신에게 비판적이거나 반기를 든 인사를 줄줄이 몰아내고 친정 체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16일(현지시간) “총리와 신베트 수장 사이에는 완전한 신뢰가 있어야 하며 특히 지금처럼 전시 중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은 정반대”라며 로넨 바르 신베트 국장을 해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건국 이래 보안기관 수장이 임기 중 해임되는 것은 처음이다.
그는 해임 이유로 신뢰 부족을 들었으나, 이스라엘 정치권과 현지 언론들은 신베트가 최근 네타냐후 총리 최측근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정부 책임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데 주목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전시 중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과 헤르지 할레비 전 육군 참모총장 등 자신에게 ‘쓴소리’를 해온 인사들을 줄줄이 교체한 데 이어 신베트 수장까지 해임하려 하자 이스라엘 정치권 내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야권은 네타냐후 총리가 총리의 독선을 비판해온 인사들을 모두 밀어내고 충성파로 요직을 채워 권위주의를 강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바르 국장 해임설은 이전에도 나왔으나, 이번에 해임이 전격 발표된 것은 지난 5일 신베트가 발표한 보고서가 결정적이었다는 해석이 많다. 신베트는 2023년 10월7일 벌어진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관련 보고서에서 자신들의 정보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네타냐후 정부가 하마스에 대한 카타르의 자금 지원을 방치하는 등 정보기관의 경고를 오랫동안 무시해 왔고, 이는 결국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어졌으나 이를 제대로 막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보고서에 격하게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전쟁으로 이어진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한 책임을 단 한 차례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아 왔다. 이스라엘 국민 1200여명이 살해되고 251명이 납치된 안보 참사에 군과 정보기관이 사과하고 할레비 전 참모총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10·7 참사에 대한 국가조사위원회 구성조차 거부해 왔다. 바르 국장은 국가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팔레스타인을 자극하는 극우파 각료들의 행동을 비판해 일찌감치 네타냐후 총리의 눈 밖에 났다.
AP통신은 신베트 수장의 해임에는 크네세트(의회)와 법무부 장관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짚으며 “네타냐후 총리가 바르 국장을 해임하는 데 성공하면 그 자리에 충성파를 임명해 국가조사위 구성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근 신베트가 경찰과 함께 네타냐후 총리를 둘러싼 이른바 ‘카타르 스캔들’과 관련한 수사를 맡게 된 점도 해임 결정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각종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카타르 측에서 2012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6500만달러(약 940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베트는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은 총리실 최측근 인사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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