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수장인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퇴임을 앞두고 소회를 밝혔다. 우 본부장은 퇴임 후에도 수사가 와해 혹은 흔들리거나 시스템에 대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8일 2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을 앞둔 우 본부장은 17일 오전 경찰청에서 진행된 정례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소감을 전했다. 1995년 4월 17일 사무관으로 임용 된 뒤로 30년 가량 공무원 생활을 한 우 본부장은 퇴임 후 국수본의 비상계엄 수사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상시적인 시스템 갖추고 있었고 시스템대로 수사를 해왔기 때문에 개인이 퇴임한다고 해서 수사체계가 흔들리는 등 변화는 별로 없을 것”이라며 “(비상계엄)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퇴임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고 밝혔다. 우 본부장은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집단지성을 모아 수사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 본부장은 국수본 출범 초기 수사인력의 부족을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꼽았다. 우 본부장은 “2021년 국수본이 출범하면서 그 일원으로 생활을 해왔는데 수사인력의 엑소더스가 발생하는 등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심했다”며 “호기롭게 수사개시권과 종결권을 가지고 왔는데 역설적으로 인력이 이탈하는 문제가 있어 본부장 부임 한 두 달 전 인사 계획을 할 때 일선경찰서 인사가 불가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스럽게 임기 중 경력직 공무원, 신입 경찰관들의 수사 경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등 ‘떠나가는 수사’에서 ‘돌아오는 수사’로 바뀐 것 같다”며 “인력 수급에 있어서 조직 내 숨통 트였다는 데 뿌듯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수사 신속성과 완결성을 제고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우 본부장은 “국수본 출범 이후 2022년 12월 기준 67.7일까지 늘어났던 건당 사건처리 기간이 지난해 말 기준 56.2일로 줄어드는 등 일정 부분 병목현상이 해소됐다고 생각한다”며 “완결성과 관련해서도 감찰의 보완수사 및 재수사 요청 건수도 15.8%가량 감소했다. 100%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상자산과 SNS 통신수단이 범죄화되면서 사이버·비대면 사기 대응이 어려웠었는데 지난해 말 다소 반등에 성공했다”며 “특히 7년만에 사기범죄 검거율이 60% 이상으로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우 본부장은 “초기에 기존 수사체계에서 수법이나 추적기법, 범죄행위 양태에 대한 소관업무를 나누는 등 노력을 했고 다중피해사기 병합 시스템을 구축해 효과적인 사건병합을 이뤄낸 것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제도와 법령에 대한 변화에 민감할 수 있는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준 시도청과 경찰서 중간 간부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 수사경찰 선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우 본부장은 “일반 수사경찰에서 별도의 선발과 교육시스템을 만들지 못한 것에 아쉬운 생각이 든다. 수사경찰 별도 선발에 대한 부정적인 조직 분위기를 불식시키는 것이 어려웠다”며 “일반 경찰을 선발해 갑자기 수사부서로 발령내는 방식은 고도화하는 범죄에 대응하기 어렵다. 차기 본부장에게 반드시 수사경찰에 대한 별도 선발과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교육시스템을 만들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수사 경찰에 대한 정의감과 책임감도 당부했다. 우 본부장은 “디지털화, AI 시대를 맞이했지만 경찰관은 정의감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며 “일선 수사 간부들이 젊은 세대 경찰에게 정의감과 책임을 조금 더 심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우 본부장은 “2년을 돌이켜 보면 편안한 세단 승용차가 아니라 항상 두 발 자전거를 탄다는 생각으로 일해왔다고 생각한다”며 “두 발 자전거는 앞으로 가지 않으면 쓰러진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환경과 범죄양태에 맞춰 노력해준 국수본 식구들과 일선 수사경찰들에게 감사 말씀을 전한다”며 소회를 마무리했다.
1968년생인 우 본부장은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해 제38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무원 사회에 발을 들였으며, 1999년 경찰공무원 특채로 경찰에 입직했다. 이후 용산경찰서장, 중앙경찰학교장, 경기북부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 형사국장, 경찰청 차장, 경기남부경찰청장 등을 거쳐 지난 2023년 3월 29일 국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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