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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 ‘조건부 승인’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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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3등급 경영평가 금주 통보
내부통제 강화·건전성 개선 등 전제
자회사 편입 여부 금융위 손에 달려
최종 인가 여부 5월께 나올 듯
헤럴드경제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현재 2등급에서 3등급으로 낮추기로 최종 결정하고 금융위원회에 이를 통보할 계획이다. 우리금융그룹이 동양·ABL생명보험 인수를 추진 중인 가운데 자회사 편입 승인의 공은 금융위로 넘어가게 됐다. 주요 인가 판단 요건인 경영실태평가 등급은 2등급 아래로 떨어졌지만 내부통제 강화, 경영 건전성 개선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한 3등급으로 확정하고 이번주 중 이를 금융위와 우리금융에 통보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등급 책정은 내부통제 부실과 리스크 관리 실패에 따른 결과로 전해진다. 경영실태평가는 통상 리스크관리, 재무상태, 잠재적 충격 등 부문으로 나눠 살피는데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해 대규모 금융사고 적발 등의 여파로 리스크관리와 잠재적 충격 부문 점수가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730억원을 포함해 총 2334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적발했고 이를 보고·수습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동양·ABL생명을 인수하기로 계약하는 과정에서도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은 이사회 전 비공식 간담회를 통해 보고됐으며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해명한 바 있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도출한 이번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참고해 우리금융이 지난 1월 신청한 동양·ABL생명에 대한 자회사 편입 인가를 심사할 계획이다. 최종 인가 여부는 법률상 심사 기한 등을 고려할 때 5월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금융위가 조건부 승인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자회사 편입 심사의 주요한 판단 요건이긴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 제10조에 따르면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 기준에 미달한 경우에도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을 통해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금융위가 인정할 경우 자회사 편입이 가능하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 2004년 경영평가등급이 3등급이었던 우리금융에 조건부로 LG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을 승인해 준 바 있다.

금융위가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를 승인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배경에는 보험업계 전반의 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오랜 기간 최대주주였던 중국 안방보험의 파산으로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지속돼 왔다. 이는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과 경영 안정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고 장기 계약을 맺은 다수의 보험 가입자에게 불안과 피해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MG손해보험 매각 무산으로 보험업계가 시끄러운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또 다른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금융당국으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메리츠화재가 노조 반대로 MG손보 인수를 포기하면서 현재 보험 가입자 124만명이 총 1700억원 규모의 피해액을 떠안을 상황에 놓여 있다.

결국 동양·ABL생명의 빠른 경영 안정화를 유도하는 동시에 소비자 불안을 완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를 통해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려는 의도도 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으로서는 이번 동양·ABL생명 인수가 은행·증권·보험 등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핵심 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2023년 취임 직후부터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한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강조해 온 바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자회사 우리종합금융과 포스증권을 합병시킨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키며 증권업 재진출도 알린 바 있다. 우리투자증권 본인가는 최근 금감원 증권선물위원회를 통과해 금융위 승인만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4대 금융그룹 중 가장 높은 90% 수준으로 이번 보험사 인수에 성공하면 이를 단번에 80%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지분 75.34%, 100%를 각각 1조2840억원, 2654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8월까지 보험사 인수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총 인수가액인 1조5494억원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1549억원을 날리게 된다.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강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임종룡 회장이 직접 내부통제 정례 회의를 주재하며 관련 체계를 정비했고 사외이사도 대대적으로 물갈이하고 내부통제 전문 인력을 세웠다. 적극적인 자본비율 개선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말 금융 건전성 주요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도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2%대로 다시 올라선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직된 한국 금융시장에서 인수합병(M&A)이 연이어 무산될 경우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은희·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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