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취업자 수가 두 달 연속 10만명대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청년층(15~29세) ‘쉬었음’ 인구가 50만명을 넘어섰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지난 12일 서울의 한 대학교 캠퍼스에 채용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김호영기자] |
지난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50만4000명을 기록했다.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청년들은 실업 상태를 넘어 취업준비조차 포기하고, 그저 생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다.
취재 과정에서 여러 2030세대를 만나 삶에 대한 고충을 들어봤다. 이들은 연애, 결혼, 출산은커녕 최근 들어 ‘취업’까지 포기하게 됐다고 했다. 취업난의 벽을 넘지 못하고 허덕이다 아예 구직에 대한 의욕을 상실한 것이다.
일부 기성세대의 관점에서는 청년들이 게으르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다수 청년은 대학 진학 후 학점 관리는 기본이고 학회, 대외 활동 등에 참여하며 입사지원란에 적을 스펙을 치열히 준비한다. 그러나 기업으로부터 사유도 듣지 못한 채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청년들은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감도 못 잡은 채 아예 취업을 포기해 버린다.
청년층 고용률도 49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건설·제조업 불황이 고용시장으로 번지면서 청년층 타격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지난 12일 서울의 한 대학교 캠퍼스에 채용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김호영기자] |
왕성하게 일해야 할 20·30대가 쉬고 있다는 건 청년 취업 한파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고, 그마저도 신규가 아닌 경력직 위주로 뽑고 있다.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경력직만 뽑으면 신입은 어디에서 경력을 쌓느냐”는 볼멘소리가 폭주한다.
지난해부터 채용시장에 나오고 있는 ‘코로나 학번’들은 장기간 ‘사회 격리’를 겪다 보니 인턴 기회나 이력서에 쓸 경험이 부족하다. 제대로 된 학내 활동이나 외부 활동을 못해 ‘선배’들인 경력 지원자들과의 경쟁에서도 고충이 클 수밖에 없다.
청년들을 일하게끔 하기 위해 실질적 직업 교육 및 재취업 교육, 양질의 일자리 창출 같은 방안이 논의된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청년 백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라떼는 말이야’ ‘네가 눈을 낮추면 되잖아’ 등의 상명하달식 조언은 통하지 않는다.
최근 한국의 2030세대가 앓고 있는 학습된 무기력이 일본 ‘사토리 세대’, 중국의 ‘탕핑족’과 비슷해 보인다. 초저출생·초고령화 시대에 우리 경제의 허리를 담당할 청년들이 취업 무기력증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면, 우리 경제 역시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지혜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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