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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년 전 끝난 ‘녹색 지구’ 시대…인간이 단 수십년 만에 되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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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본 남쪽 사쓰난제도 주변 바다의 녹색 바다. 철분 함량이 높아 녹색을 띤다. 지구는 수십억년 동안 녹색 행성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고야대 제공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은 1977년 지구를 출발한 보이저 1호가 12년 후 60억km 떨어진 우주에서 카메라를 돌려 촬영한 지구 사진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는 이후 생명 요람으로서의 지구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자리잡았다.



지구의 상징색이 된 푸른색은 지구를 둘러싼 대기 입자들의 햇빛 산란과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의 햇빛 반사 및 산란이 어우러져 만든 색깔이다. 지구는 언제부터 이런 푸른색을 띠게 됐을까?



일본 나고야대 연구진이 다세포 생물 출현 이전의 지구는 수십억년 동안 녹색 행성이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에 발표했다. 30억~6억년 전으로 추정하는 이 시기는 훗날 수많은 생물들이 호흡할 산소를 대기에 채워 넣은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 번성하던 때다.



45억년 지구 역사에서 지구 표면에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일으킨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각판에 의한 지질학적 변동, 다른 하나는 생명체가 만들어가는 생물학적 변화다.



그 중에서도 지구 색상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생물학적 변화다. 결정적인 계기는 24억년 전 최초의 광합성 유기체인 남세균이 급속히 번식하면서 산소 분자를 전 세계에 퍼뜨린 산소대폭발사건(GOE)이다.



그 이전까지 지구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다. 지구 대기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온실가스로 가득차 있었고, 지상의 생명체는 모두 혐기성 생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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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를 생산하는 해양 남세균. 남세균은 수십억년 전 녹색 바다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녹색 빛을 이용하는 보조 색소를 갖게 됐켰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빛의 삼원색 중 녹색만 남아





그러나 남세균이 등장하면서 대반전이 시작됐다. 남세균이 바다에서 광합성을 통해 방출한 산소가 수억년에 걸쳐 대기로 빠져나가면서 대기의 주요 구성 요소가 됐다.



남세균은 식물과 마찬가지로 엽록소라는 색소를 이용해 광합성을 한다. 엽록소는 파란색과 빨간색 빛을 흡수하고 녹색 빛을 반사한다.



그러나 남세균에는 피코빌린이라는 또 다른 색소도 있다. 피코빌린은 엽록소가 잘 흡수하지 못하는 500~650나노미터 파장(녹색∼빨간색)의 빛을 빨아들인다. 남세균은 왜 이런 색소를 보조적으로 사용했을까?



연구진에 따르면 40억년~25억년 전의 시생누대(Archaean Eon) 기간 동안 바다에는 수산화철이 풍부했다.



연구를 이끈 마츠오 다로 교수(우주생물학)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수산화철은 파란색 빛을 흡수하고 물은 붉은색 빛을 흡수한다”고 말했다. 이는 빛의 3원색 중 녹색 빛만이 흡수되지 않고 남겨졌다는 걸 뜻한다. 그는 그 영향으로 당시 바다는 녹색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고대 바다의 수산화철 농도를 추정하고, 이를 토대로 광합성 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빛의 스펙트럼 영역을 확인했다. 그 결과 이 스펙트럼이 피코빌린 색소가 흡수하는 스펙트럼과 매우 일치한다는 걸 발견했다. 피코빌린 색소는 남세균이 이런 환경에서 획득한 진화적 적응의 산물인 셈이다.



연구진은 또 여러 다양한 파장의 빛 환경에서 남세균을 배양하는 실험을 한 결과, 시생누대 환경을 재현한 녹색 빛 아래서는 자연선택의 결과, 녹색에 특화된 피코빌린 색소 피코에리트로빌린(phycoerythrobilin)을 갖고 있는 남세균이, 이 색소가 없는 남세균보다 훨씬 빨리 번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코에리트로빌린은 현대 남세균의 공통조상에 존재하는 색소다.



연구진은 바다 현장에서도 이를 확인했다. 일본 남쪽 가고시마현 사츠난제도 인근 바다는 철 성분이 풍부해 녹색을 띤다. 연구진은 이 바다의 수심 5.5m 깊이에 녹색 빛을 이용하는 남세균이 수면보다 더 많이 분포해 있다는 걸 발견했다. 녹색광은 다른 빛보다 물속 더 깊이 침투할 수 있어, 깊은 물속에 서식하는 남세균에게는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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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에서 본 푸른 지구. 파란색은 오늘날 지구의 상징색이다. 나사 제공




산소와 반응할 철이 없자 녹색시대도 끝나





오늘날 우주에서 본 지구가 파란색을 띠는 것은 주로 레일리 산란이라는 현상 때문이다. 레일리 산란이란 빛의 파장보다 작은 대기 입자에 의해 빛이 산란되는 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공기 중에 먼지가 없이 깨끗할 때 하늘이 더욱 파랗다.



연구진은 “대기가 오늘날과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바다에서 반사된 녹색 빛은 레일리 산란에 의한 파란색 빛과 섞여 청록색 지구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엔 바다가 지구 표면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지금보다 더 넓었다. 연구진은 따라서 바다의 색깔이 곧 지구 표면의 색깔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남세균이 뱉어낸 산소는 바다에 녹아 있는 철과 반응해 산화철을 형성했다. 이 산화철은 해저로 가라앉아 퇴적암의 일부가 됐다. 오늘날 해저 암석에는 이 퇴적물이 얇은 띠처럼 남아 있다. 그런데 이 퇴적층은 약 6억년 전 시점부터 사라진다. 연구진은 “이는 이때쯤 바다에 있는 철이 완전히 산화돼 녹색 시대가 끝났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 시기는 다종다양한 다세포 생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캄브리아기 대폭발과 맞닿아 있다.



오늘날에도 녹색 빛을 띠는 수생 환경은 많이 있다. 예컨대 수심이 얕은 연안 바다에서는 죽은 식물이나 동물의 배설물 같은 육상 유기물이 청색광을 흡수해버린다. 이에 따라 남세균이 광합성을 할 때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녹색광이 지배적인 환경이 된다.



연구진은 “외계 생명체를 찾으려는 노력은 대부분 광합성에 의해 생성된 대기 중 산소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춰 왔지만, 녹색 바다야말로 생명체에 의한 ‘광합성 산화’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점에서 외계 생명체 존재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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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의 지구관측위성 아쿠아로 본 바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바다 색깔이 달라져, 아열대 바다는 푸른색이 더 짙어지고 고위도 바다는 녹색으로 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사 제공




이번엔 지구 온난화가 바다를 녹색으로





오늘날 인간 활동이 유발하는 지구 온난화는 다시 한 번 바다의 색깔에 영향을 주고 있다.



2019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녹색 색소인 엽록소가 있는 식물성 플랑크톤 개체수에 변화가 생기면서 이번 세기말에는 세계 바다의 절반이 녹색으로 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금의 아열대 바다는 식물성 플랑크톤 개체수가 줄어 푸른색이 더 짙어지고, 고위도 바다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더욱 번성해 녹색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어 미국과 영국 과학자들은 2023년 발표한 후속 연구에서 20년간의 위성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바다의 56%에서 육안으로 판별하기는 어렵지만 색상 변화가 감지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구 전체 육지보다 큰 면적이다. 연구진은 특히 적도 근처 열대 해양이 서서히 녹색으로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 공동저자인 매사추세츠공대 스테파니 두트키에비츠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변화는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며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보자니 놀랍다기보다 두렵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Archaean green-light environments drove the evolution of cyanobacteria’s light-harvesting system. Nat Ecol Evol (2025).



https://doi.org/10.1038/s41559-025-02637-3



Ocean colour signature of climate change. Nat Commun (2019).



https://doi.org/10.1038/s41467-019-08457-x



Global climate-change trends detected in indicators of ocean ecology. Nature (2023).



https://doi.org/10.1038/s41586-023-06321-z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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