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연합]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등 근원적인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회장이 최근 삼성 임원들에게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고 질책,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이 처한 복합 위기 상황이 기업의 생존이 달릴 정도로 엄중하다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회장의 메시지를 공유했다.
여기에는 이재용 회장의 기존 발언들과 함께 올해 초 신년 메시지로 내놓으려고 준비했던 내용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영상에 이 회장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았다.
이 회장은 영상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이 회장은 그간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경쟁력을 강조해왔다.
세미나에선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외부에서 바라보는 삼성의 위기 등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는 “실력을 키우기보다 ‘남들보다만 잘하면 된다’는 안이함에 빠진 게 아니냐” “상대적인 등수에 집착하다 보니 질적 향상을 못 이루고 있는 것 아니냐” 등의 지적이 잇따랐다.
참석자들은 내부 리더십 교육 등에 이어 세부 주제에 관해 토론하며 위기 대처와 리더십 강화 방안 등을 모색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여기(크리스털 패)에 새겨진 내용이 사실상 이번 세미나의 핵심”이라며 “‘삼성다움’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독한 삼성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그동안 삼성이 너무 자만했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더 독해져야 한다는 취지가 전달됐다”며 “그만큼 현재의 삼성이 절박하다는 위기의식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삼성인력개발원이 주관하는 이번 세미나는 임원의 역할과 책임 인식 및 조직 관리 역할 강화를 목표로 경기 용인에 위치한 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다음 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열린다.
삼성이 전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은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삼성은 앞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임원 대상 특별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한편,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금융투자업계의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조11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2024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TV 시장 점유율이은2023년 30.1%에서 지난해 28.3%로 하락했다. 스마트폰(19.7%→18.3%), D램(42.2%→41.5%) 등 주요 제품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전반적으로 하락세였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범용(레거시) 메모리의 부진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납품 지연 등으로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그룹 전반의 복합 위기 타개를 위해 지난해 말 신설된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 경영진단실은 지난 1월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에 착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