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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마디에…세계에 민주주의 알린 방송 83년 만에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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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 워싱턴DC의 미국의소리(VOA)방송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사회에 북한과 중국 등 권위주의 언론통제 국가들의 내부 소식을 전해 온 ‘미국의 소리방송(VOA)’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문들 닫게 될 처지에 놓였다.

15일(현지시간) VOA의 한국어 홈페이지에는 “VOA 방송국 사정으로 현재 한국어서비스 방송과 웹/소셜미디어 업데이트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알림이 떴다. RFA 한국어 홈페이지에도 ‘연방 보조금 종료로 RFA 운영 중단 위기’란 기사가 메인 기사로 게재됐다.

VOA는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 활동에 대항하기 위해 1942년 설립됐으며 이후 세계 다른 지역으로 영역을 넓혀 현재 매주 3억6000만 인구에 48개 언어로 소식을 제공한다.

VOA와 또 다른 USAGM 산하 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언론이 통제되는 북한, 중국 등의 내부 소식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해당 국가에 미국의 입장과 국제사회 소식을 전하는 기능을 해왔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의 마이클 어브래머위츠 국장은 페이스북에 “오늘 아침 VOA의 거의 모든 직원, 즉 1300명이 넘는 기자, 프로듀서, 지원 직원이 오늘 행정 휴가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도 마찬가지다”라고 적었다.

어브래머위츠 국장은 VOA에 대해 “독재하에서 사는 이들에게 미국의 이야기를 알리고,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뉴스와 정보를 제공해 전 세계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장려한다”면서 “유명한 VOA가 83년 만에 처음으로 침묵 당해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VOA 서울지국의 윌리엄 갈로 지국장은 16일 자신이 모든 회사 시스템과 계정에서 차단됐다고 밝혔다.

VOA 직원들의 휴직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행정명령을 통해 법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과 인력을 제외하고는 미국 글로벌미디어국(USAGM) 조직을 최대한 축소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독립적 정부 기관인 USAGM은 전 세계에 자유와 민주주의 이념을 전파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산하에 VOA를 비롯해 6개 매체와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2024년 8억8600만달러의 예산으로 직원 약 3500명을 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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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VOA 홈페이지 캡처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USAGM은 RFA,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동유럽 국가들에 소식을 제공하는 자유유럽방송(RFE)의 예산도 끊었다.

USAGM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강경 우파 정치인 캐리 레이크가 특별 고문을 맡고 있다.

레이크 고문은 전날 성명에서 “난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이 기구에는 낭비, 사기와 남용이 만연하며 미국 납세자가 자금을 제공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간첩과 테러리스트 동조·지지자들이 USAGM에 침투했고, USAGM이 가짜뉴스 기업에 수억달러를 써왔다고 주장하고서 “이 기구는 구제 불가능하다”라고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레이크가 다른 트럼프 충성파처럼 새 행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보직을 맡아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레이크의 조직을 사실상 해체했다고 주목했다.

당초 레이크는 USAGM을 이끌면 VOA를 “정보 전쟁”의 강력한 “무기”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에 VOA 등 매체들이 사실상 운영이 중단되면서 미국에서 언론의 자유가 후퇴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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