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탄핵소추 대리인단 소속인 서상범 변호사가 16일 기자 회견을 열고 내달 2일 치러지는 서울 구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서 변호사는 조국혁신당 법률위원장도 맡고 있다. /연합뉴스 |
서 변호사는 이날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 탄핵 국회 소추 대리인단의 임무를 마치고 조국의 혁신을 위하여 구로를 혁신하겠다”며 “윤석열 탄핵 소추 변호사 서상범을 선택해 달라”고 했다. 그는 기자들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이 잡히기 전에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이냐고 묻자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이 예상보다 늦어져 피가 마르는 상황이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고 현재 조국혁신당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 변호사는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궐선거 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이번 구로구청장 보궐선거는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문헌일 전 구청장이 주식 백지신탁 문제로 사퇴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국민의힘은 구로구청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대통령 탄핵 소추자인 국회를 대리해 헌법재판소 심판 변론 등에 참여해온 변호사가 헌재의 결정 선고가 나오기도 전에 공직 선거 출마를 선언한 것은 이례적이다. 국회 탄핵소추 대리인단은 특정 정당이 아닌 국회를 대리한다. 이 때문에 국회 대리인단을 둘러싼 정파성 논란도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국회가 22대 국회 들어 정부 공직자에 대한 줄탄핵을 이어가면서, 국회 대리인단에 친야(親野) 성향 변호사들이 다수 포진한다는 논란과 맞물려서다.
그러나 이날 서 변호사 출마 기자회견에 동석한 조국혁신당 관계자들은 서 변호사 선거 출마는 “탄핵을 완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대통령 측이 변론 재개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리인단의 임무는 모두 끝났다고 본다”며 “정치인 서상범은 사법적 탄핵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탄핵을 완성시키기 위해 구로구청장에 출마한 것”이라고 했다. 신 의원은 “서상범 후보는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3보 1배도 했다”고도 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서 후보가 구로구청장이 되면 조국혁신당이 천명해 온 제7공화국을 미리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황현선 조국혁신당 사무총장은 “법정에서 탄핵은 완성됐지만, 역사의 법정에서도 탄핵을 완성해야 한다”며 “이런 취지로 탄핵소추 대리인단으로 활동한 서 변호사가 이번에 확실하게 역사 법정에서 탄핵을 완성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서 변호사는 국회 탄핵소추 대리인이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게 부적절하지 않으냐는 기자들 물음에 “현행법상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는 본지 통화에서 “국회와 대리인 계약을 맺으면서 12월에 착수금을 일시불로 지급받았다. 이후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면 성공 보수금을 받도록 계약돼 있지만 해당 계약은 후보자 등록 이전에 맺은 것이기 때문에 정치자금법을 비롯한 현행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특정 정당 당적을 가진 변호사가 수임료를 받고 국회 탄핵소추 대리인단에 들어가고, 사건이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당 후보로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탄핵 소추 대리인을 맡은 변호사들은 정치 성향이 어느 정도 있을 수밖에 없지만 수임한 사건이 종결되기도 전에 선거에 출마하는 건 탄핵 소추를 둘러싼 공정성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이 세금으로 일감을 받고, 이런 경력을 앞세워 공직 선거에까지 출마하면 공정성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 조국 전 의원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할 때 행정관을 거쳐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서 변호사뿐 아니라 22대 국회에서 가결한 각종 탄핵소추 대리인단에는 친야 성향 인물이 다수 포진해 있다. 국회사무처가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본지가 분석한 결과, 국회 측 탄핵소추 대리인 35명 중 22명(62.9%)이 친야 성향으로 나타났다. 민주당과 관련한 당무를 수행했거나 문재인 정부에서 공직을 지낸 변호사가 13명,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나 참여연대 등에서 일한 변호사 9명이었다. 국민의힘 당직을 맡았거나 보수 성향 단체 등에서 활동한 친여(親與) 성향 변호사는 5명(14.3%)이었다.
[신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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