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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원전협력 시급한데…‘민감국가’ 낙인에 장애물 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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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소, 미국과 업무협약 67건
“민감국가 조치에 연구 차질 불가피”


매일경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 1월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에너지와 원자력 정책을 총괄하는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하면서 한미 원자력 협력이 안갯속에 놓였다.

한미 양국은 지난 1월 약정(MOU)을 맺고 ‘팀 코러스(KORUS)’ 형태로 해외 원전 수출 시장을 함께 공략해나가자고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기술 교류 전반이 어려워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팀 코리아’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출에 훼방을 놨던 미국 원전 업체 웨스팅하우스가 민감국가 지정을 빌미로 또다시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16일 “민감국가 지정에 미국 측이 어떤 의도가 있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체코 원전과 한미 원전 협력에 대해 미국 측이 우리 정부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온 것이 없고,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도 강한 협력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와 원자력, 인공지능(AI) 등 미국과 연구 협력이 활발한 국내 과학기술계는 현재 진행 중인 협력 프로젝트가 차질을 입지 않을까, 향후 연구 협력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을 관장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미국 소재 연구소 및 대학과 맺은 공동연구 업무협약은 총 67건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등 관련 분야도 다양하다.

당장 영향권에 놓인 미국 파트너로는 에너지부 산하 연구기관 세 곳이 꼽힌다. 미국 최초 국립연구소 아곤국립연구소(ANL),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 로런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다. 이를 포함해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립연구소는 모두 17곳이다.

다만 국내 과학기술계는 원자력이나 AI 등 특정 분야 국제협력에 대한 영향을 따지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다. 출연연 관계자는 “민감국가 조치에 따라 어떤 분야 연구 협력은 허가해주고 다른 분야는 보류할 수도 있을 것인데, 지금 단계에서는 이를 따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한 출연연은 미국 연구소 및 대학과 국제협력을 추진하기로 하고, 워크숍 진행 및 MOU를 맺을 예정이었으나 현재 논의 중단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것이 민감국가 지정에 따른 여파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출연연 관계자는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돼 있으면 해당 국가 연구자들이 미국에서 연구를 수행할 때 겪는 불편함이 커질 것”이라면서 “신용 조회가 매우 까다로워질 것이며 보안조치도 더 심하게 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국제협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왔다. NSF나 NIH 등 에너지부 산하가 아닌 기관과 국제협력을 수행할 수 있지만 그만큼 전체 파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승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민감국가 조치로 지금 당장 기관 간 국제협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미국 에너지부 사업에 한국이 참여하려고 할 때 ‘민감국가라 후순위로 몰아라’란 지침이 내려올 수 있으므로 가능한 빨리 민감국가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면서 “미국 에너지부와 대화를 통해 과학기술 협력에 문제가 없고 향후 협력 의지가 있다는 답변을 확인했으며 협력사업에 대해 함께 점검하고 미래협력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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