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지표조사 리포트 [NBS] |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헌법재판소에서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선고 결과가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자가 40%를 넘는다는 전국지표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민국 헌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최고기관의 판단조차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와중에 여야 국회의원들이 벌이는 장외투쟁이 이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 “헌법재판은 단심이고, 헌재 선고 결과는 모두를 귀속하게 돼 있다”라며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은 헌재의 판단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기현·나경원·윤상현 등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여당 국회의원들의 탄핵 기각·각하 촉구 여론전은 계속되고 있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탄핵 선고 날까지 릴레이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오늘은 아마 김정재, 임종득, 서천호, 구자근 의원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탄핵 선고 결과에 대한 승복 메시지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당 지도부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개인적으로 이렇게 불공정이 난무하는데 인용될 수 있겠나. 국민 의심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탄핵 각하다”라고 했다.
전국지표조사 리포트[NBS] |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장외집회를 통해 헌재를 압박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여야가 장외투쟁을 본격화한 이후로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부정 인식이 높아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0∼12일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3월 2주차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을 ‘신뢰한다’는 긍정 인식은 51%, ‘신뢰하지 않는다’는 부정 인식은 45%로 집계됐다. 부정 인식은 40%였던 직전 조사(3월 1주차) 결과보다 5%포인트(p) 상승했고, 긍정 인식은 54%에서 3%p 낮아졌다.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응답자에서는 탄핵심판 과정을 신뢰한다는 인식이 70%였던 반면,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응답자에서는 신뢰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70%였다.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대해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42%였다. ‘내 생각과 달라도 수용하겠다’는 응답은 54%로 집계됐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의 41%, 국민의힘 지지 응답자의 50%가 수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응답자 중에서는 39%가, 탄핵이 기각돼야 한다는 응답자에선 51%가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여당은 헌재가 불공정하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내고 있다. ‘헌재를 부숴버려야 한다’는 말(서천호 국민의힘 의원 발언)까지 나오지 않았나”라며 “사법 최고기구가 결정하는 선고를 불복하겠다는 주장은 탄핵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민주당은 탄핵 반대 집회 규모가 계속 늘어나고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상당한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며 “선고일도 정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여론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국회의원들의 장외집회는 국민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라며 “거리에 나온 극우 유튜버 등을 격려하니 서부지법도 습격하게 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 교수는 “사법부의 판단은 일단 존중해야 한다. 사법부가 사법부의 일을 할 수 있게끔 믿어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며 “국회의원은 국민들에게 우리는 국회로 가서 민생을 살리는 역할을 할 테니까 집으로 돌아가시라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사에 인용된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응답률은 21.1%(총 4739명과 통화해 그중 1000명 응답 완료)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