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왼쪽)과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번 주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에 탄핵 찬성·반대 진영 모두 추운 날씨에도 서울 도심 곳곳에서 결집했다. 찬성 측은 헌법재판소(헌재)가 윤 대통령 파면에 대한 빠른 선고를 내릴 것을 요구했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탄핵 반대 구호를 재차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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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반납하고 집회 참석"…'탄핵 인용' 깃발 휘날린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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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3시쯤 서울 종로구 경복궁 정문 앞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텐트를 치고 있는 모습./사진=민수정 기자. |
단식농성 9일 차를 맞은 비상행동 관계자들은 다소 초췌한 모습으로 회견을 이어갔다. 발언이 끝날 때마다 비상행동 측은 "윤석열 즉각 파면하라" "윤석열이 사라져야 진짜 봄이다" 등 구호를 제창했다.
하원오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헌재는 더 이상 선고를 미룰 필요가 없다"면서 "우리나라 경제 살리기 위해서는 헌재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정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이번 주에도 윤 대통령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으면 역대 최장을 넘어 선고기일까지 100일을 넘어간다"며 "이번에도 파면되지 않으면 200만명에 가까운 시민이 모여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할 것을 제안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2시쯤 경복궁 앞에는 수많은 깃발이 펄럭였다. 체감온도 0도의 추운 날씨에 집회 참석자들은 은박 담요를 덮거나 쌍화차, 커피 등 따듯한 음료로 몸을 녹였다. '탄핵'이라 적힌 토끼 인형 탈을 쓴 집회 참가자도 있었다.
현장에서 야권 국회의원도 여럿 볼 수 있었다. 국회의원 연대 단식농성 천막에는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박수현, 위성곤, 서영석, 김준형 의원과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시민과 소통하고 있었다. 바로 옆 텐트에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앉아있었다. 피켓을 들고 서 있던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경복궁 앞 한 시민에게 "춥지 않으시냐"며 말을 걸었다.
파주시 자영업자 김은자씨(50대)는 "일주일 중 휴일이 하루인데 휴일을 집회에 투자했다"며 "정치 집회에 관심이 없었는데 열받아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에게 먼저 다가가 푸른 모자와 장갑 등을 건네주던 박모씨(60대)는 "추운 날씨에 패딩도 입고 물도 챙기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오후 9시까지 집회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집회만 참석하면 울컥한다. 오늘도 그럴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정치인들도 야권에 있지만 지금은 화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단식 이틀 차에 돌입한 부산 대학생 단체 소속 손민경씨(20대)와 최예지씨(20대)는 "부산이 고향이신 분들, 교수님들 등 다양한 분들이 와서 응원해주셨다. 부산 대학생들이 올라와 단식 농성한다는 점이 많은 분이 광장에 오실 수 있는 촉진제가 됐으면 좋겠다"며 "(탄핵 인용) 간절함이 크다. 파면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집회는 끝일지 몰라도 목소리는 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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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앞두고 찾은 헌재…시민 쓰러지는 갑작스런 상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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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3시쯤 종로구 헌법재판소 건너편 인도에 탄핵 반대 진영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민수정 기자. |
같은 날 오후 3시쯤 종로구 헌재 정문 건너편 인도는 태극기·성조기 행렬이 빽빽이 보도를 채웠다. 경찰 기동대 차량이 차 벽을 이루고 있어 헌재가 도로 대부분에서 보이지 않지만, 시민들은 틈 사이로 헌재를 바라보며 "탄핵 각하" "이재명 구속" 구호를 연신 외쳤다.
안국역 인근으로 관광을 온 외국인과 시민들은 비좁은 도로를 뚫고 지나가야만 했다. 이 광경이 신기하듯 쳐다보는 외국인에게 한 노인은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했다. 탄핵 반대 측 집회에서도 추위를 피하기 위해 은박 담요를 두르거나 장갑, 목도리 등으로 중무장을 한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후 3시 30분쯤 건물 사이 공터에선 노란 우비를 입은 한 여성 시민이 쓰러져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 한 여성은 다른 여성이 자신을 밀치고 지나갔다며 따라가 짧은 언쟁을 벌였다.
보도 측면에 기대있던 정효진씨(80대)는 "날씨가 추워서 다시 집에 가서 껴입고 왔다"며 "탄핵은 절대 안 된다. 탄핵 인용되면 뭔 일이 날 것만 같은 마음이 든다. 집에 있으면 뭐 하냐, 한 사람이라도 보태야지 싶어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탄핵 기각' 피켓을 들고 있던 김모씨(30대)는 "얼마 전 아들이 태어났는데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어서 찾아왔다"며 "헌재가 '국민을 보고 가겠다'는 발언했는데, 국민이 아닌 헌법을 봐야 하지 않냐. 여론이나 외부 압력에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친구 김경원씨(35)도 "선고 전 마지막이든 아니든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야 헌재에서도 법에 따라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틀에 한 번꼴로 탄핵 반대 측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최모씨(60대)는 음력 생일 하루 전임에도 헌재 앞에 나왔다. 그는 "앞으로 손주가 살아갈 날이 많은데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보태고 싶어서 계속 참여했다"고 했다.
저녁에도 탄핵 관련 집회는 서울 도심에서 계속된다. 탄핵 찬성 측 비상행동은 오후 4시부터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윤석열 파면 촉구 매일 집회를 진행했다. 탄핵 반대 측 자유문화국민연합은 이날 오후 5시부터 현대 사옥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 기각과 즉각 복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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