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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받는 백인’ 서사 퍼뜨리는 트럼프, 주미 남아공 대사 추방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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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라힘 라술 주미 남아공 대사가 2013년 미국 워싱턴 디시에 있는 남아공 대사관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0~2015년 한 차례 주미 대사를 역임했으며, 지난해 말 다시 주미 대사에 임명됐다. EPA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백인 차별 국가’라고 목소리를 높여 온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간 긴장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14일 에브라힘 라술 주미 남아공 대사가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됐다. 미국 정부가 주미 대사를 기피 인물로 지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라술 대사가 “미국을 증오하고 인종 혐오를 미끼 삼는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라술 대사가 남아공의 한 싱크탱크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서 미국 지상주의 운동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극우 언론 브레이트바트 기사를 공유했다. 시엔엔은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를 인용해 라술 대사가 21일까지 미국을 떠나야 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남아공 때리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행정명령을 내려 남아공 원조를 모두 중단했다. 이 나라 ‘토지 수용법’(Expropriation Act)이 백인을 차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버려졌거나 투기 목적으로 보유한 토지의 경우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가 수용할 수 있도록 한 법인데, 미국 내 우익 인사들은 남아공 경작지의 70% 이상을 소유한 백인들에게서 토지를 몰수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한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지난달 말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열렸던 주요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와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둘 다 보이콧했다. 남아공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이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기후금융협약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JEPT)’에서도 탈퇴를 선언했다. 남아공 출신이며, 트럼프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난 흑인이 아니라서 ‘스타링크’를 남아공에서 운영할 수 없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위성통신서비스 기업 스타링크 소유주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남아공에서 ‘위협받는 백인’ 서사를 구축하여, 우익들이 추진 중인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폐지’ 정책의 근거로 삼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양성 정책이 폐지되지 않는다면 미국 내 백인들도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칼릴 지브란 무하마드 프린스턴대 교수는 “트럼프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백인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증진하겠다는 신호를 전 세계 백인들에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주미 대사 추방을 두고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남아공은 미국과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구축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패트릭 가스파드 전 주미 대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남아공의 관계는 최저점에 이르렀다”며 “관계를 회복하지 않기엔 너무 많은 것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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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국 워싱턴 디시에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사관의 모습. EPA 연합뉴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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