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까지 수출 마이너스… 산업연 "트럼프 관세, 성장률 0.2%~0.3%p 수준"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취임한 트럼프는 지금까지 50가지 이상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취임 50여일간 매일 1건 이상의 행정명령을 낸 셈이다.
트럼프는 특히 중국을 타깃으로 USTR과 상무부에 대중 관련 추가 관세 조치와 기존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는 방식의 수출통제, 미국 국가안보 위협 여부를 파악해 중국의 해외투자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주문했다.
주요국과의 잇따른 관세 전쟁에 미국 내 산업계 비용증가와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내부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에 트럼프는 무역 조치 시행 시 의회 견제가 필요없는 행정적 수단을 집중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 2월까지 수출 마이너스, 상승 기미 안보여
이런 가운데 우리 수출은 둔화세로 전환한 모양새다. 우리 수출은 ICT 품목의 높았던 증가세가 조정되는 가운데, 이를 제외한 품목들의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둔화되는 모습이다.
2월 수출은 +1% 소폭 증가했으나, 일평균 기준으로는 5.9% 마이너스다. 품목별로는 일평균 기준 ICT 품목(-5.1%)이 범용 반도체 부진에 주로 기인해 감소한 가운데, 글로벌 수요 둔화로 ICT 제외 수출액도 -6.2%로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일평균 기준 범용 반도체 비중이 높은 대 중국 수출이 -8.2%, 대 미국 수출도 통상정책 불확실성 확대로 일반기계(-24.6%)를 중심으로 5.9% 감소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인상이 향후 수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품목별 대 미국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 ICT, 일반기계에 대한 관세 인상이 우리 수출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작년 전체 수출 중 대 미국 수출은 18.7%로, 이 중 이들 품목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이달 10일까지 수출 2.9% 증가했으나, 수출 1위 품목 반도체는 정체 상태다. 지난 연말까지 15개월 연속 플러스였던 수출은 1월 설 연휴 등 조업일수 감소 영향으로 감소한 뒤 지난달 소폭 증가한 상태다. 2월까지 누적 수출은 1017억 3000만달러로 전년동기(1068억300만달러) 대비 4.75% 마이너스다.
여기에 트럼프발 관세 부과 영향으로 수출 둔화세 고착화도 우려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 중심 고용애로가 지속되고 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수출 증가세 둔화, 경제심리 위축 등 경기 하방압력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경기 하방 압력 증가'를 언급한 건 올해 1월부터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3월엔 '수출 증가세 둔화' 표현이 추가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출이 앞으로 지난해보다 어느 정도로 낮아질 것이냐는 트럼프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어떤 방향으로 자리를 잡을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발 수출 둔화 영향은 이미 국내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GM 부평공장은 국내 철수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GM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 생산한 차량 중 미국 수출 비중은 83.8%에 달한다. 작년 기준 한국GM 협력사는 약 3000여곳으로 한국GM이 철수하면 줄도산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부터 포항2공장 가동을 사실상 중단했고, 경북 포항공장 기술직 1200명 전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포스코도 작년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에 이어 11월 1선재공장 문을 닫았다. 이들 계열사와 협력사, 운송업체 등도 타격을 받고 있다.
◆ 트럼프 갈짓자 행보… 수출 영향 변동폭 커져
수출 둔화에 트럼프의 관세 부과 영향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트럼프의 관세 부과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것도 문제다.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 관세 부과에 대한 잇따른 유예조치 등 여러 차례 발언을 철회하거나 번복한 바 있다. 지난 12일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한 날, 내달 2일 예정된 상호 관세 부과와 관련 "그 이전까지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일부 국가나 품목에 대해 관세 부과를 유예하거나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트럼프 취임 직전 그가 예고한 관세 부과 시나리오에 따른 대미 수출 감소폭 등 전망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발 대미 수출이 2021~2023년 평균 수출액 대비 최소 8.4%~최대 14.0%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던 산업연구원은 이런 전망을 수정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동향연구실장은 "(트럼프의 관세)시나리오가 너무 시시각각 바뀌고 있어서 그런 부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내부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별로 많이 다를 것 같긴 하지만, 저희가 발표한 밴드에서 좀 더 영향이 큰 쪽으로 가고 있고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했다. 또 "일단 관세를 맞으면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관세 영향은 성장률로 보면 0.2%~0.3% 포인트 정도까지 본다"고 덧붙였다.
박 실장은 반도체 수출 단가 하락 영향보다 트럼프 관세 영향이 작지 않다고 봤다. 그는 "금리가 떨어지면 수요가 회복되는 부분이 있다"며 "올해 금리가 작년보다 하락했지만, 트럼프가 오면서 그 시기가 조금 더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박 실장은 트럼프의 보편관세 부과 자체가 미국 내 수입산 제품 수요를 감소시켜 시장을 축소할 수 있고, 국산 수출품 수요도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13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작년 11월 경제전망 예상을 낮춰 잡았다. 보고서는 "당시 예상보다 미국이 관세정책을 조기에 높은 강도로 시행해 국내 수출 증가세도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올해 성장률이 1.5%로 낮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관세 압박에 상대국의 보복관세 부과 등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1.4%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