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
미국과 러시아의 두 ‘스트롱맨’ 수장이 우크라이나 전쟁 ‘30일 휴전안’을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체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휴전안을 압박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버티는 모양새다. 14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격전지 쿠르스크주에서 전투 중인 우크라이나군의 목숨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기싸움을 표면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특사였던 키스 켈로그의 역할을 우크라이나 특사로 한정한 데 대해 러시아의 불만을 의식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휴전안에 대해 강한 거부도 긍정도 하지 않으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러시아는 쿠르스크에서 2개 지역을 추가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갖고 놀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 트럼프 “목숨 살려 달라” VS 푸틴 “항복하면 적절히 대우”
이에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에서 “그들(우크라이나군)이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면 국제법과 러시아 연방법에 따라 생명과 적절한 대우를 보장받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위한 특사를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키스 켈로군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의 업무가 우크라이나 특사로 제한됐음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매우 존경받는 군사 전문가인 켈로그 장군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지도부와 직접 거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러시아 관리들이 미국 측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최고위급 논의에 켈로그 특사가 관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전달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러시아의 일부 전직 고위 관리들이 켈로그 특사가 우크라이나에 너무 동정적이라고 불만을 표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라며 부인했지만 스티브 윗코프 미 백악관 중동 특사도 러시아에서 홀대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스카이뉴스의 모스크바 특파원인 아이버 베넷은 위트코프 특사를 태운 차량이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을 오간 시간대를 분석해 그의 모스크바 체류 시간이 12시간 남짓에 불과했다고 14일 지적했다. 윗코프 특사는 13일 점심시간 정도에 모스크바에 도착했으나 8시간여를 기다려야 했고 늦은 밤에야 크렘린궁으로 들어가 푸틴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는 얘기다.
● 러, 쿠르스크 2곳 추가 탈환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하고 있는 ‘30일 휴전안’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주요 격전지에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탈환지를 늘리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5일 자국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북쪽과 서쪽의 마을 2곳을 추가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하루에만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병력 220여 명, 탱크 1대, 보병 전투차량 1대, 장갑차와 전술차량 5대, 박격포 2대와 탄약고 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쿠르스크는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군이 2022년 2월 전쟁 발발 뒤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를 급습한 지역이다. 우크라이나군은 한때 쿠르스크에서 1300㎢를 점령했지만 미국의 지원 부족 등으로 계속 러시아군에 밀리고 있다. 최근엔 점령지의 70% 이상을 뺏긴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젤렌스키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휴전에 동의하기 전에 군사적 위치를 더 강화하길 바라고 있으며 그것이 휴전이 지연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전황을 더 유리하게 바꾸고 싶어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