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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러시아, 조급한 미국, 카드 없는 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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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러시아군이 재탈환한 쿠르스크의 최대 도시 수자에서 러시아 병사들이 폐허가 된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이 사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15일 배포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느긋한 러시아, 조급한 미국, 카드 없는 우크라이나.’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우크라이나 전쟁 30일 휴전’안 합의 뒤 관련 3개국이 상이한 접근으로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는 쿠르스크 등에서 공세를 더 강화하고, 미국은 러시아를 상대로 휴전을 재촉하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휴전안을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5일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수자 인근 2개 마을을 더 탈환했다고 발표했다고 에이피(AP),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는 13일 쿠르스크의 최대 도시인 수자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 지도를 추적하는 우크라이나의 블로그 딥스테이트도 14일 러시아가 현재 수자뿐만 아니라 루바시치나 등 인근 2개 마을도 점령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수자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불과 10㎞ 떨어져 있다.



이로써 러시아는 지난 8월 쿠르스크를 침공해 점령하던 우크라이나를 쿠르스크에서 사실상 축출하고 우크라이나 국경 쪽을 위협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쿠르스크를 직접 방문해, 국경 지대에 완충지대를 설치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러시아군이 쿠르스크에서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해 완충지대를 설치하라는 의미이다.



러시아는 쿠르스크에서 공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해 제안한 30일 휴전안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푸틴은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휴전안과 관련해 보낸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특사와 만났다. 푸틴은 휴전안을 원칙적으로 지지하나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세부 사항들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푸틴은 미-러 관계까지 포함해 전쟁의 종식안을 목표로 협상의 틀을 바꾸는 한편 그동안 쿠르스크 등 전선에서 최대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평화협상에서 ‘바게닝 칩’(거래할 카드)으로 사용하려던 쿠르스크 점령이 무산되고, 전력 소모에 더해 자국 영토까지 위협당하는 상황에 놓이자, 러시아가 휴전 의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14일 성명에서 “러시아군의 증강은 모스크바가 외교를 계속 무시하려는 의도”라며 “러시아 전쟁을 지속하려는 것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는 이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통화에서도 30일 휴전안과 관련해 러시아는 조건 등을 붙여서 회담을 탈선시키려고 한다고 비난하며, 러시아가 휴전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미국은 러시아에 휴전을 재촉하면서도, 러시아의 수용을 위해 우크라이나도 더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현재 수천명의 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군에 포위돼 매우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나는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군인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쿠르스크 등 전선이 이미 러시아의 승리와 우크라이나의 패배로 굳어졌음을 미국이 인정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휴전안을 협상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과 윗코프 특사와의 만남에 대해 “우리는 어제 푸틴 대통령과 매우 생산적이고 좋은 대화를 나눴다. 이 끔찍하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마침내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제안한 30일 휴전을 통해 러시아가 주장하는 최종적 종전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해석된다.



이에 푸틴은 14일 국가안보회의에서 “인도주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이해한다”면서도 “미국 대통령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과 정치 지도부가 군에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라는 적절한 명령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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