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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재포장해 '리퍼 생리대·기저귀' 제조... 중국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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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회' 보도
폐기물에서 온전한 생리대·기저귀 골라 재포장
위생·살균 장비 없고 비위생적 환경 고스란히
한국일보

중국 산둥성 지닝시의 '량산 시시 제지 제품 유한회사' 공장에서 직원이 폐기된 'B급' 생리대와 기저귀를 새 제품으로 포장하고 있다. 중국 중앙방송(CCTV)은 15일 '3·15 완회' 프로그램에서 생리대와 기저귀 폐기물이 어떻게 새로운 제품으로 포장되어 시장에 팔리는지를 집중 조명했다. CCTV 캡처


폐기 처리된 유명 브랜드의 생리대와 기저귀를 새 상품으로 포장해, '리퍼 생리대·기저귀'로 만들어 판매한 업체가 적발돼 중국 전역이 발칵 뒤집어졌다.

16일 펑파이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15일 중국 국영방송 CCTV의 대표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회'는 중국 산둥성 지닝시의 '량산 시시 제지 제품 유한회사'에 잠입해 유명 업체의 생산 공정에서 탈락한 불량 제품이나 폐기물이 어떻게 저질 생리대·기저귀로 다시 탄생하는지 집중 조명했다. 방송 후 이틀이 지났지만 '리퍼 생리대(翻新卫生巾)'라는 단어가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핫 이슈 키워드 상단에 자리하는 등, 중국 내 소비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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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성 지닝시의 '량산 시시 제지 제품 유한회사' 공장 창고에 생리대와 기저귀 폐기물이 가득 쌓여 있다. 중국 중앙방송(CCTV)은 15일 '3·15 완회' 프로그램에서 생리대와 기저귀 폐기물이 어떻게 새로운 제품으로 포장되어 시장에 팔리는지를 집중 조명했다. CCTV 캡처


CCTV 취재진이 찾은 업체 창고 바닥에는 수백 톤의 생리대와 기저귀 폐기물이 널브러져 있다. 업체는 여러 톤 단위로 들어오는 산업 폐기물 중 비교적 온전한 편인 기저귀와 생리대를 선별한다. 중국 10위 내 생리대 업체인 '즈요우뎬'이나 유명 유아용품 업체인 '마이쿠쿠'의 상표도 잠입한 카메라에 포착됐다. 비위생적인 탁자 위에 옮겨진 폐기물들은 직원이 하나하나 두들겨 푹신한 상태로 되돌린 후 새 포장지에 채워 밀봉한다. 이 과정에 위생 및 살균 장비는 하나도 없었다.

재포장된 생리대와 기저귀는 인터넷 쇼핑몰을 거쳐 일반 소비자에게 흘러 들어갔다. 톤당 260~1,400위안(약 5만2,000~28만 원)에 구매한 폐기물에서 재포장된 생리대와 기저귀는 시장에서 톤당 7,000~8,000위안(140만~160만 원)에 팔린다. 쓰레기를 재포장해 판매하고선 약 30배의 폭리를 취하는 것이다. CCTV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발견된 두 상품의 판매량은 각각 5만7,000개와 2만1,000개였다"고 전했다.

'리퍼 생리대·기저귀'로 만들지조차 못한 폐기물은 분해되어 재활용 원료가 된다. 담뱃갑과 마스크 등 각종 쓰레기와 뒤섞인 생리대 및 기저귀 폐기물은 분해 과정을 거쳐 목재 펄프와 고흡수성 수지로 생산됐다. 중국 내 법규에 따르면 재활용 원료를 일회용 위생 제품에 사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업체 대표는 "재활용 소재가 시장의 고객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다"며 다시 위생 제품 제조에 사용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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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생리대 업체 '즈요우뎬'이 15일 '리퍼 생리대'를 다룬 3·15 완회 보도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웨이보 캡처


방송에서 언급된 유명 생리대·기저귀 업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며 선을 그었다. 15일 '즈요우뎬'은 "불량 원자재의 불법 재활용을 철저히 조사하고, 폐기물이 업계 표준에 따라 파기되도록 처리 과정을 엄격히 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피'와 '촨몐스다이'는 각각 "해당 회사는 우리 회사와 협력 관계가 없으며, 어떤 허가나 공급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방송 후 지닝시 당위원회와 시 정부는 시장 감독, 보건 담당, 공안 등으로 구성된 합동 팀을 구성해 조사에 나섰다.

여성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중국 SNS 웨이보에서 한 네티즌은 과거 여러 겹의 천을 덧대어 만든 천 생리대 사진을 올리며 "차라리 위생대(천 생리대)를 쓰는 것이 훨씬 안전해 보인다"고 말했다. 자신을 딸을 둔 40세 여성이라 밝힌 네티즌은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 "딸과 나는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며 "일반인들은 좋고 나쁨을 구별할 수가 없는데 왜 이런 자격 없는 제품이 유통되도록 두는가"라며 꼬집었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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