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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장기 손상없이 정밀측정→간질환 신약 만든다 [지금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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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 배양액 속 살아있는 인공장기 상태에서 정밀 측정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비알콜성 간질환 치료 신약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 방법이 제시됐다.

간 질환 신약 개발은 질환을 모사한 인공장기에 후보약물을 투입하고 이에 대한 반응을 측정 분석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기존의 검사 방법은 질환 모델 인공장기의 전체 부위를 파괴될 때까지 누르면서 간 조직의 딱딱한 정도(경도)를 측정했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계속적 측정이 불가능하며 특정 위치의 경도 정보를 얻을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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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탐침을 이용한 지방간 질환모델 인공장기의 비파괴 경도 측정 분석 기술. 인공장기 손상없이 정밀 측정을 할 수 있다. [사진=화학연]



연구팀은 지방간 질환 상태로 만든 간 오가노이드(인공장기)가 살아있는 상태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나노 단위의 미세한 압력으로 좁은 영역을 선택적으로 누르고 측정값을 분석하는 계산식을 개발, 인공장기를 파괴하지 않고 위치별 경도를 정량 측정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우선 지방이 쌓인 곳에서 강한 빛이 나오도록 인공장기에 형광염료를 염색해 위치를 먼저 찾았다. 해당 부위에 ‘매우 작은 막대기(나노 탐침)로 미세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택했다.

나노 탐침이 인공장기를 누를 때 휘어지는 정도는 탐침 표면의 레이저 반사를 통해서 정밀 측정했다. 측정 결과를 연구팀이 개발한 수학적 계산식으로 분석하면 지방 축적에 따른 경도 변화를 영률(Young’s modulus)이라는 정량적 수치로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존 방식은 인공장기를 고정시키느라 약품 처리해 죽였던 반면 이번 나노 탐침 기술은 인공장기가 계속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배양액 내에서 적용이 가능하다. 5마이크로미터 내외의 얕은 깊이만 누름으로써 간 조직에 손상을 전혀 주지 않는다.

새로 개발한 ‘나노 탐침 경도 측정 기술’을 비알콜성 지방간 모델 오가노이드에 적용한 결과 형광 빛이 강한 지방 축적 부위의 경도는 형광 빛이 약한 부위에 비해 영률 기준으로 약 35% 물렁한 결과를 보였다. 원하는 부위만 정확히 찾아낸 것이다.

지방 축적 형광 영상을 통해 측정 위치를 찾은 결과, 전체 측정 시간은 무작위 측정 방식에 비해 절반 이상 단축됐다. 측정 후 간세포 생존율이 97% 이상 유지되는 등 손상이 최소화됨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하나의 인공장기를 손상없이 계속 사용하며 간 질환 진행 상황을 단계별 연속 측정하는 약물 효능 평가 기술도 만들 계획이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영국) 김현우, 배명애 박사팀이 개발한 이번 시스템은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을 모사한 인공장기를 개발하고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며 조직의 특정 부위 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한 셈이다.

비알콜성 지방간은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지나친 식사나 운동 부족 등으로 간 세포에 지방이 쌓여 물렁해지면서 시작된다. 나중에는 콜라겐 같은 섬유성 물질이 과다 생성돼 단단해지는 간경화를 거쳐 간암 등 목숨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악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비알콜성 간질환 치료 신약을 개발할 때 초기 단계인 지방간 상태에서부터 치료 약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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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섭 화학연 연구원이 지방간 상태를 따라한 오가노이드(미니 인공장기 세포)가 들어 있는 배양액을 배양접시에 옮기고 있다 [사진=화학연]



연구팀은 “지방간 신약을 개발할 때 질환 모델의 변화를 간편하게 분석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간 질환뿐 아니라 다른 질환의 신약 개발 과정에도 널리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논문명: Local stiffness Measurement of Hepatic Steatosis Model Liver Organoid by Fluorescence Imaging-Assisted Probe Indentation)은 2024년 12월 국제 학술지 ‘ACS 생체재료 과학 및 공학(ACS Biomaterials Science and Engineering)’에 실렸다. 화학연 김현우·배영애 박사가 교신저자로, 신대섭 연구원이 1저자로 참여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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