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부 청사 |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에너지부(DOE)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 만료 직전 한국을 '민감 국가'에 포함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DOE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연합뉴스의 질의에 보내온 답변에서 "이전 정부는 2025년 1월 초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의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Other Designated Country)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DOE는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민감국가 범주에 포함한 배경을 일절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이 적대적인 국가나 '테러지원국'들과 함께 중동 내 '맹방'인 이스라엘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준동맹'인 대만을 '민감국' 범주에 포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핵 비확산 문제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스라엘은 공인받지 않은 핵무기 보유국이고, 대만은 과거 중국의 핵실험 성공에 맞서 핵무기 보유를 시도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1970년대 박정희 정권 때의 독자 핵 개발 모색과 2000년대 초반 국내 연구자들의 극소량 우라늄 분리 실험 등 이력이 있는 상황에서 북핵 위협이 심화한 최근 독자 핵무장론이 국내에서 점점 힘을 받고 있다.
그리고 2023년 1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부 업무보고 때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 고조될 경우를 전제로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에 큰 충격을 줬고, 한미가 그해 4월 정상회담 계기에 확장억제(미국의 핵우산 제공) 강화와 핵협의그룹(NCG) 신설 등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국이 독자 핵무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하는 데 상응해 미국은 한국에 대한 핵우산 공약을 강화하는 것이 워싱턴선언에 내포된 한미간 암묵적 합의였던 셈이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 한미일 안보 공조가 순탄하게 진행되는 동안 민감국가 지정을 수면 아래로 내렸다가 자국의 정권교체와 한국의 탄핵 국면이 교차하는 시기에 마치 '대못'을 박듯 민감국가 지정 카드를 꺼낸 것일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추정한다.
문제는 발효 시점으로 보이는 4월15일 이전에 민감국가 지정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한미간 관련 협력에 미칠 영향이다.
DOE는 연합뉴스에 보내온 답변에서 "민감국에 포함됐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과 적대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많은 지정국은 우리가 에너지, 과학, 기술, 테러방지, 비확산 등 다양한 문제에 있어 정기적으로 협력하는 국가들"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민감국가에 한국을 포함했다는 때(1월초)와 거의 겹칠 수 있는 지난 1월 8일(미국시간)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에너지부는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달 한국에 대한 민감국가 지정이 발효되면 산업 측면에서 중요한 한국의 수출형 연구용 원자로(연구로) 개발, 에너지 수급과 안보에서 동시에 함의가 있는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등에서 미국 도움을 받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미국 비영리기관인 '군비통제협회'의 대릴 킴볼 사무총장은 15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핵 확산 관련 민감국가로 등재되면 핵무기 생산에 활용될 수 있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미국 승인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핵 위협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당장 독자 핵무장에 나서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그와 관련된 '잠재력'을 보유하기 위한 협상을 트럼프 행정부와 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그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 분석이었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핵물질 생산과 관리를 주관하는 미국 에너지부는 핵 비확산에 상당히 민감하게 대처한다"며 "한미 간 고위급에서 대응하기 전에는 이 문제를 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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