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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전쟁'…트럼프 2기 첫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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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계란값 폭등으로 미국내 인플레이션 불안감 다시 커져…독점기업들 못잡으면 국내정치 실패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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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셀도르프(독일)=AP/뉴시스]지난 3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전통적 로즈 카니발 퍼레이드에 불꽃에 둘러싸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묘사한 카니발 수레 주변에 '병합, 관세, 기후 파괴, 대량 추방'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반발, 유럽에서도 미국산 제품을 사는 대신 프랑스와 유럽 제품 구매에 나서늠 미국 제품 보이콧 운동이 일고 있다고 프랑스24가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025.03.15. /사진=유세진


계란값이 호기롭게 시작한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정책을 흔들고 있다. 미국 내 계란값이 이례적으로 폭등하자 물가에 대한 국민 불만도 다시 커졌고 관세전쟁에만 몰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예상치 못한 변수에 뒷덜미를 붙잡혔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관세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국내 정치를 위해 유럽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까지 계란 수급을 긴급 요청하고 있다.

<선데이모닝 인사이트>는 미국의 계란값 파동이 관세 등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짚어보고 향후 이들의 대응과 미국 경제의 향방을 전망해 봤다.


트럼프 허니문 이미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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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워싱턴 법무부를 방문해 연설을 갖고 “2020년 대선을 조작되고, 부패한 선거에 관여한 사람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5.03.16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계란값이 폭등하면서 정권을 바꾼 인플레이션 악몽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교역국인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등을 상대로 아랑곳 하지 않고 관세전쟁을 선포해 향후 소비자 물가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계란은 사실상 미국인의 주식이다. 미 연방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계란 가격은 12개 당 평균 8.1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 등 일부 지역에선 11달러까지 폭등했다. 지난해 평균이 3.17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올들어서만 2~3배 넘게 오른 셈이다. 필수 식료품 값이 폭등하자 대형 마트들은 1인당 구매 제한 조치를 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품귀 현상이 벌어지면서 소비자들은 '오픈런'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트럼프가 밀어붙이는 관세 정책의 국내적 부작용이 아직 물가에는 반영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전세계를 상대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중국산 수입품에는 이미 20%의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선 25%의 관세를 매기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또 50%의 보복관세로 대응하는 EU를 향해선 200% 보복조치를 취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오는 4월 2일부터는 상호관세 전면 시행이 예상된다.

관세전쟁이 심화되면 수입물가는 오르고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하다. 때문에 초기 새 정부를 믿고 기대를 걸었던 민심을 급격히 악화하는 분위기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농축산물의 경우 생활물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반정부 여론을 키우는 모습이다. 최근 미 에머슨대학교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47%로 취임 전후 과반이던 우세가 무너졌다. 특히 응답자의 53%는 트럼프가 추진하는 관세정책이 미국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답해 국민들의 우려를 드러냈다.


계란 독점도 못막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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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몬로비아에 있는 트레이더 조스 매장에서 고객들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최근 미국 내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닭 수백만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달걀 가격이 전월 대비 15.2%, 전년 동기 대비 53% 폭등한 것으로 알려졌다./몬로비아(미국)신화=뉴시스 /사진=이혜미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던 트럼프의 관련 부서 장관은 "뒷뜰에 닭을 키우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관세전쟁을 벌이는 마당에 계란이 대수냐고 여겼다가 민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관료라는 지적을 얻은 것이다.

계란값 폭등의 이면에는 지난 2022년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의 확산이 자리한다. 닭과 오리 등 가금류를 1억 5000만마리 가량 살처분한데 따른 시간적 여파로 여겨진다. 조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4분기 2000만 마리 이상 산란계를 살처분했고 방역조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트럼프는 이 때문에 공급 부족 사태를 바이든 책임으로 돌리려 했다.

하지만 계란 생산을 소수 업체가 독점하는 구조가 폭등 사태를 주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대 생산업체인 '칼메인 푸드(Cal-Maine Foods)'의 시장점유율은 약 20%에 달한다. 특히 4개 주요 메이저사는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가격 급등 사태가 나타나면서 공교롭게도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이들 메이저들의 매출은 전년비 82.5%, 순이익은 12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미 법무부의 반독점집행부서는 칼메인 푸드와 같은 대기업들의 가격 담합이나 공급 제한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트럼프는 악화된 민심을 돌리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브록 롤린스 농림부 장관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최대 10억달러(약 1조 5000억원)를 투입하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수급 안정을 위한 5단계 계획과 함께 조류독감 피해 농장주들에게 최대 4억 달러의 재정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공급부족 해소를 위해 1억개 가량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세계 각국으로부터 수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폴란드와 프랑스 등 주요 수출국인 유럽도 사정은 비슷하다. 조류 인플루엔자로 도매가격이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대규모 수출이 녹록치 않다는 지적이다. 미 농무부는 튀르키예와 인도네시아에도 공급을 요청했고, 한국 역시 사상 처음 미국에 계란 수출길을 열었다.

미 농무부는 가정에서 닭을 키우는 가구 수가 2018년 580만 가구에서 현재 1100만 가구로 두 배 늘었다고 밝혔다. 닭을 임대하는 '렌트 더 치킨'(Rent The Chicken)과 같은 업체가 등장하는가 하면 가정용 닭장을 주문 제작해주는 서비스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설화를 겪은 롤린스 장관은 자신도 뒷마당에서 닭을 키우고 있다며 닭 농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관세는 국내문제 넘지 못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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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일론 머스크 미국 정부효율부 수장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 장관,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1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 워싱턴 백악관을 출발하고 있다. 2025.03.16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적 관세 조치에 대한 국내외적 우려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단 계획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악화한 무역수지와 재정적자를 개선하고 국내 투자유치를 활성화해 제조업 기반을 재건하고 '표밭'의 고용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양지원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관세는 전면적인 공약이라 쉽사리 기조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면 다른 수단으로 이를 완화시키고 관세는 협상카드로 활용해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권혁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단기간에 관세에 대한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우크라이나 종전을 통해 유가 하락을 유도하거나 공무원 감축 등 재정지출을 대폭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물가 상승을 억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자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굴욕을 안기면서 협상 수용을 강요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전세계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종전을 이처럼 서두르는 배경에는 국제유가를 원하는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만약 유가가 하락하면 트럼프는 물가에 대한 부담을 덜고 관세전쟁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관세전쟁 여파가 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계란으로 촉발된 물가 불안심리가 향후 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특히 관세 이외에도 강력하게 추진되는 이민자에 대한 규제와 대대적인 감세정책 등은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할 수 있는 요인들이다. 이민자 규제가 강화되면 국내 노동자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감세 정책은 유동성을 증가시키고 인플레 기대심리를 높일 수 있어 물가를 자극한다.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조차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 전부통령 마이크 펜스가 설립한 'Advancing American Freedom'의 정책 책임자인 존 셸턴은 "ESG(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보다 EGG가 더 중요하다"며 "트럼프가 계란가를 낮추고 미국 경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공화당이 유권자들에게 거부당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트럼프의 연방정부나 억만장자인 일론 머스크에 대한 비판보다 국민들의 일상적인 걱정거리,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식료품, 특히 달걀 가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성근 전문위원 박준식 기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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