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 |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동유럽 발칸반도 국가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15일(현지시간) 최소 10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AP,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베오그라드 도심에서 열린 시위에는 한때 약 2㎞의 거리를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현지 독립 언론은 세르비아 역사상 최대 규모 시위였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폭죽을 터뜨리고 북을 치거나 부부젤라를 불면서 축제 분위기를 냈고,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을 겨냥해 "그는 끝났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베오그라드 주민들은 야외 난로와 음식을 제공하는 등 시위는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다만 베오그라드 교외에서 시위대를 향해 차량이 돌진해 3명이 다쳤고, 도심에서는 한 무리의 남성이 학생들을 공격하는 등 산발적인 폭력 사태도 일어났다.
결국 시위를 주도해 온 대학생들이 오후 7시 20분께 안전을 이유로 중단을 선언하면서 시위대는 해산했다.
경찰은 야당 활동가 6명을 포함해 13명을 구금했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 |
대규모 유혈 사태 없이 시위는 종료됐지만 긴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르비아에선 작년 11월 제2 도시 노비사드의 기차역에서 중국 국영기업 컨소시엄이 보수한 콘크리트 건축물이 무너져 시민 10여명이 숨지는 사고가 벌어진 것을 계기로 부정부패와 정부의 실정에 대한 불만이 폭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4개월 넘게 계속된 시위는 최근에는 부치치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농촌 지역으로까지 확산하며 세를 불려왔다.
이날 베오그라드 시위에는 환경 보호 현수막을 흔드는 이들부터 코소보의 반환을 요구하는 이들까지 좌우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한데 모였다고 AFP는 전했다.
그러나 2014∼2017년 총리를 지낸데 이어 2017년 대선 이후 현재까지 대통령으로 집권 중인 부치치 대통령은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그는 전날 방송 연설에서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나는 세르비아의 대통령이고, 거리의 목소리가 나라를 지배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위를 앞두고는 축구 훌리건이나 사설 폭력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의회와 대통령궁 주변에서 야영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부치치 대통령은 폭력 사태를 유도하기 위해 이들을 동원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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