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이번주 배터리 이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관세 부과 문제와 캐즘을 대비하는 배터리 업계의 행보 등이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승리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테슬라가 관세 정책에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일부 기업의 수주와 유상증자 등이 시장의 이목을 끌었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테슬라가 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에 보낸 서한에서 관세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고 보도했습니다. 테슬라는 이 서한에서 "미국의 수출 기업은 다른 나라들의 미국의 무역 조치에 대응할 때 본질적으로 불균형한 영향에 노출된다"며 "과거 미국의 무역 조치는 상대 국가의 즉각적 반응으로 이어졌고, 이들 국가로 수입되는 전기차 관세 인상 등도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관련 요청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일등공신인 테슬라에서 나온 점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대선 당시 트럼프의 지지 연설 등을 이끌며 승리로 이끈 바 있고, 정부효율부(DOGE)를 맡아 연방기관 축소 및 인력 감축 등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배터리를 비롯한 다방면의 관세 정책이 타국을 압박하는 것뿐 아닌, 미국의 상황이나 시장을 악화시킬 수 있는 상황이 나오자 머스크 산하의 테슬라가 이같은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편 국내 업계에서는 엘앤에프가 전기차 캐즘(Chasm) 와중에 확보한 신규 수주와 삼성SDI가 결의한 유상증자 등이 이슈가 됐습니다.
엘앤에프는 글로벌 OEM과 3조 5,184억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 중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계약 비밀 유지 조항에 따라 고객사와 계약기간 등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금융투자업계 등에서는 관련 계약이 내년 3월부터 7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죠.
이번에 계약을 맺게 된 양극재는 니켈 함량 95%의 울트라 하이니켈 삼원계(NCM) 양극재로, 단결정·다결정 구조로 혼합된 블렌딩 제품입니다. 이 제품의 단결정 양극재 함유량은 40~50% 이상이 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당 양극재는 이번 계약 뿐 아니라 테슬라 등 주요 고객사로 향하는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등으로도 본격 납품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이번 수주 계약은 자체 공급망관리(SCM) 체계를 확보하려는 전기차 OEM의 전략적 선택이 이끈 결과로 보입니다. 배터리 셀 제조사가 양극재를 택해 차량에 납품했던 기존 구조와는 달리, 자동차 제조사가 SCM을 꾸려 배터리 셀 제조사에 지정하는 식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선택받는 양극재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죠.
자동차 업체들은 양극재 수주 등으로 배터리 업계가 장악해 온 시장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습니다. 배터리 생산이 막대한 투자와 높은 진입장벽으로 사실상 진출하기 어려운 영역인 점을 고려해, 기술 내재화와 공급망 장악을 통해 배터리 업체들의 가격 주도권을 빼앗겠다는 의미죠. 특히 캐즘으로 배터리 셀 제조사의 영향력이 줄어든 만큼, 이 시점에 최대한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공산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배터리 셀 제조사의 영향력은 두드러지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선제적으로 집행했던 투자들이 잇따라 중단되거나 연기되는 데다, 지속된 적자에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기도 했죠. 이는 질적 성장 기조를 추진해왔던 삼성SDI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삼성SDI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시설 투자 자금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신주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발행되며, 총 1182만1000주 규모(증자 비율 16.8%)입니다.
삼성SDI는 질적 성장 중심 기조를 바탕으로 연구개발(R&D) 역량과 설비투자에 자금을 투입하되,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수주를 기반으로 수익성을 확보해왔습니다. 실제로 삼성SDI의 시설투자 규모는 2019년 1조7000억원대에서 2024년 6조6000억원대로 상승했죠.
이같은 투자 확장은 전기차 캐즘이 2년째 이어지면서 순차입금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삼성SDI의 전체 차입금 중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뺀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9조5928억원으로, 2023년 3조6432억원 대비 163.3% 급상승했죠. 그 사이 순이익은 72% 감소하면서 현금흐름이 크게 악화됐습니다.
삼성SDI가 유증을 결정한 것은 이같은 재무 안정성 악화가 한몫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단기적인 재무 악화가 가속화되는 흐름인 만큼, 금융비용에 따른 이자가 늘어나는 회사채 등을 택하는 대신 유상증자를 택했다는 평가죠. 또 전기차 캐즘이 지속되는 전기차 업체의 신차 출시와 유지되는 장기적 성장 흐름에 따라 개선될 것으로 봤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삼성SDI는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JV) 투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밖에 보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약 9조원 규모) 등을 활용해 추가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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