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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후 진행 중인 재판 정지될까···‘대통령 불소추 특권’ 공방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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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법 선고 6월 가능성에 ‘헌법 제84조’ 해석 분분
야권 “당선되면 재판 정지돼야” 여권 “재판 계속돼야”
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주간경향]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명시한 ‘헌법 제84조’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파면 시 60일 이내에 다음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는데,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일정과 맞물리며 불소추 범위를 둘러싼 ‘해석’ 논란이 정리되지 않으면서다.

한동안 잠잠했던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핀 장본인은 이재명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19일 MBC <100분 토론>에 나와 “(대통령에 당선되면 형사 재판은) 정지된다는 것이 다수설”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담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현재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스스로 “소(訴)는 기소를 말하고, 추(追)는 소송 수행을 말하는 것이라서 (재판도) 정지된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당장 “대통령이 되더라도 재판이 계속되는 게 상식”(권성동 국힘 원내대표)이라고 반발했고, “매우 놀랍고 부적절한 발언”(양기대 전 민주당 의원), “소추와 재판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설”(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등 비명계를 중심으로 야권에서도 적절치 못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조기 대선 vs 유력주자 최종심 딜레마

이 대표는 지난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의 2심 선고일은 3월 26일이다. 만약 이 대표가 2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도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향후 10년간 피선거권도 제한된다.

문제는 이 대표의 2심 선고와 대법원 확정판결 사이에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데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지난 19대 대선의 경우 2017년 3월 10일 헌재 파면 결정 이후 60일 만인 5월 9일에 치러졌다.

헌재가 이달 중순 탄핵심판 선고를 내린다고 가정하면 21대 대통령선거도 5월 중순쯤 열리게 된다. 반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최종심은 선거법 강행규정인 ‘6·3·3 원칙(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 내 처리)’에 따르더라도 6월 26일이나 돼야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온다.

조기 대선에서 이 대표가 승리하더라도 대법원의 최종심이라는 불확실성이 남는 형태여서 여야 모두 헌법 제84조를 둘러싼 공방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헌법정신’ 대 ‘헌법정신’…좁혀지지 않는 간극

헌법 제84조를 두고 여야 모두 ‘다수설’과 ‘정설’을 주장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지만, 이 문제는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정리된 의견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해석이 분분하다.

법조인들 사이에서 특히 견해가 엇갈리는 부분은 ‘형사상의 소추’라는 표현이다. 이 소추가 ‘새로운 소를 제기하는 것만을 의미한다’는 측과 ‘새로운 소에 더해 이미 제기된 소를 이어가는 기존 재판까지 포함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팽팽히 갈린다. 이 해석 차이가 당장 선거 과정에서 여론 향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원칙적으로는 당선 후 사법절차까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최윤철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제84조에서 형사상 소추는 기소로 시작해서 모든 재판에 이르는 절차로 본다”며 “당선 전 진행 중이던 재판은 중단된다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에 헌법 제84조를 만들 때 임기 중 내란·외환 외에는 소추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넣은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는 단순히 개인의 면책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이 가져야 하는 국정 안정성을 위해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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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0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변호하는 전현희 최고위원의 말을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그러면서 “(재판이 이어지면) 임기 개시 전 기소된 사건으로 인해서 형사처벌 확정이 되고 거기에 따라서 공직선거법상 선출직을 상실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국가사무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국민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을 막는다는 취지에 맞지 않게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장용근 홍익대 법대 교수는 “소추의 뜻은 소를 제기하는 기소의 의미로 제한된다”고 해석했다. 그는 “국회에서는 탄핵소추, 헌법재판소에서는 탄핵심판으로 구분돼 있다는 점만 봐도, 소추와 심판(재판)이 다른 절차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같은 헌법인데 어디서는 소추와 심판이 분리되고 어디서는 소추가 심판을 포함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주 잘못”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탄핵 인용 시) 인수위가 없는 조기 대선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우리 헌법 제68조 제2항에는 대통령 당선인도 재판에 의해 자격상실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대통령이든 당선인이든 이미 재판 중인 사건은 중단없이 이어간다는 게 헌법정신이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다수설 과연 있나, 백악관 입성 무죄 트럼프는 왜?

문제는 이 같은 해석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정하거나 정리해줄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여야 모두 ‘다수설’을 주장하고 있지만, 왜 다수인지의 근거는 어느 쪽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2017년 대선 당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의 ‘성완종 재판’ 최종심을 두고 한 언론사가 헌법학자들을 대상으로 ‘당선 후 대법원 재판이 진행되는지’ 여부를 조사한 적 있다. 해당 조사에서 헌법학자 10명 중 7명이 당선 후에도 ‘재판이 진행된다’고 답했고, 2명만 ‘재판이 중지된다’는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이 조사가 전체 헌법학자들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의견이 더 많다고 단순 결론 내리기에는 어렵다.

여론 역시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상태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민이 뉴데일리 의뢰로 지난 3월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취임 전에 기소돼 재판을 받는 경우 해당 재판을 중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46.8%가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중지돼야 한다”는 응답은 41.5%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무선 RDD(무작위전화걸기) 활용 ARS를 통해 진행됐다(신뢰 수준 95%·표본 오차 ±2.2%포인트·응답률 6.2%).

오차범위를 벗어난 결과였지만 역시 어느 쪽의 우세를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극심한 진영대립과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만 더 키우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우 복수의 형사소송이 진행 중이었지만, 백악관 입성 전·후를 기해 사법리스크가 모두 해소된 상태다. 미 대법원은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에 대해 “대통령 재임 중 행위는 포괄적 면책대상”이라며 면죄부를 부여했다.

해당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전 최대 사법리스크 한 개가 소멸됐고, 선거 승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의회 연설을 들으러 나온 연방대법관들과 인사하다 보수성향 로버트 대법원장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 잊지 않겠다”고 말해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은 ‘성추행 입막음 사건’과 관련해서도, 법원은 지난 1월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무조건적으로 석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당시 “미국 헌법이 대통령을 형사기소로부터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최고위 공직에 부여된 특별한 법적 보호는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하다”면서 “대통령직에 부여된 법적 보호가 특별한 것이지, 그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법체계가 다른 타 국가의 사례를 한국 상황에 그대로 대입하거나 참고하는 것은 무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미국의 경우 국정 최고책임자에 대해 무제한에 가까운 면책 기준을 보였지만,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현직 총리 신분으로 부패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다.

■최종결정권을 쥔 대법원의 판단은?

헌법 제84조를 둘러싼 여야와 헌법학자들의 해석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서는 제84조 해석의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대법원이 결국 대선 결과라는 현실에 근거해 정무적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소와 재판을 따로 보고 재판은 계속 진행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대법원이 (재판 진행을) 할지 말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이 선거에서 이 대표가 당선된 뒤에도 재판을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면을 고려할 때 부정적”이라며 “재판을 연기하는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멈출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최윤철 교수도 “한국처럼 민주주의 의식이 발달한 곳에서 유권자들이 내린 결정을 법원이 과연 쉽게 판단할 수 있을까”라며 “독립적인 법리 판단만으로 결정을 내려놓고 ‘그 뒤의 일은 나는 모르겠다는 식’으로 법원이 결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법원의 선택만으로는 향후 더 심각해질 진영 대립과 갈등을 막을 수 없는 만큼 정치적 타협을 통해 이를 최소화할 중재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창현 교수는 “분열 최소화를 위해 대법원이 최종심 결과를 최대한 빨리 내거나, 정치권에서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여야 합의로 선거를 미루는 등 머리를 맞댈 수도 있을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희박해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게 정치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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