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부 탄 인텔 CEO. 사진=인텔 |
인텔이 싱가포르 출신 65세인 탄 립부(Tan Lip-Bu, 陳立武)를 다음 CEO로 임명했다. 반도체 설계 및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베테랑인 그는 3월 18일부터 공식 취임한다. 2024년 8월에 사임했던 이사회에 재합류했다.
새 사령탑이 선임되면서 인텔 주가가 15% 급등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탄의 "과거 실적이 탄탄했다"고 언급하며 인텔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상향조정했다. 인텔이 격변할 반도체 업계에서 "베테랑에게 희망을 맡겼다"는 평가도 나왔다.
14일(현지시각) 인텔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립부 탄이 받게 될 연봉은 100만 달러(약 14억5000만원)다. 연봉 외에 향후 보너스와 함께 수년에 걸쳐 주식을 보상으로 받게 된다.
■ "우리가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
탄 CEO은 3개월 동안 사실상 공석이었던 인텔의 신임 대표다. '반도체 왕국' 재건에 실패한 팻 겔싱어 전 CEO는 지난해 12월 사임했다. 팻 겔싱어는 대만 TSMC에 이어 2위 파운드리 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막대한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고객 확보 실패하고 손실만 늘었다.
탄은 소감에서 "인텔 CEO로 합류하게 되어 매우 영광이다. 인텔이라는 상징적인 기업에 대해 깊은 존경과 애정을 갖고 있다.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를 새롭게 재구상할 중요한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가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며 도전과 비전을 제시했다. 그리고 세계적 수준의 제품 회사로서 인텔의 위치 회복을 목표로 제시했다. 세계적 수준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확립과 고객 만족도 강조했다. 전임자의 파운드리 전환 전략 지속 의사를 밝혔다.
인텔은 한때 반도체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기업이었으나 현재 업계 후발주자로 전락했다. 시장 점유율 하락, 제조 차질, 실적 급감으로 어려움 직면했다. 막대한 부채와 최근 약 15,000명 인력 감축했다.
인원 감축 발표 직후 주가 10% 이상 급등했으나, 탄의 선임 발표 전까지 지난 12개월간 54% 하락했다. 시가총액 895억 달러(약 119.2조원)이다. 최근에는 디자인 부문과 제조 부문의 기업 분할 매각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탄은 주요 반도체 설계 회사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의 전 CEO로 10년 이상(2009~2021년) 회사 이끌었다. 당시 케이던스 재임 중 수익 두 배 증가, 주가는 3,200% 이상 상승했다.
이 때문에 "인텔의 위상을 회복하고 세계적 수준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입지를 구축하겠다"는 그의 취임 일성이 능력과 전문성 평가로 이어져 주가가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 인텔의 과제 "인수합병 가능성과 정부 지원이 변수"
인텔의 과제와 산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칩에 대항할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 시급하다. AMD-엔비디아 등 경쟁사에 PC 및 서버 시장 점유율 상실한 상태다.
AI 컴퓨팅 붐으로 인해 한때 인텔의 그림자에 있던 엔비디아의 수익과 가치가 급증했다. 시장 가치 측면에서 전 세계 상위 10대 반도체 기업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합병 가능성과 정부 지원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퀄컴, 브로드컴, ARM 홀딩스의 인텔 인수 또는 일부 인수 가능성 타진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TSMC에 인텔 공장 지분 인수 타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칩스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약 80억 달러 지원금 수령 예정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 프로그램에 반대 의사 표명했다.
인텔은 연간 5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중 하나다. 전 세계 PC 및 서버 기계의 70% 이상에 인텔 프로세서 사용한다. 첨단 제조를 위한 세계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탄은 "인텔은 강력하고 차별화된 컴퓨팅 플랫폼, 방대한 기존 고객 기반, 공정 기술 로드맵을 재구축하면서 날이 갈수록 더욱 강력해지고 있는 탄탄한 제조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텔에 합류하여 인텔 팀 전체가 미래를 대비해 비즈니스를 구축해 온 노력을 기반으로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취임 일성으로 인텔의 위상을 회복하고 세계적 수준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입지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탄 립부. 하지만 최근 AI 시대 변화에 뒤처지고, 반도체업계에서 무너진 인텔의 위상을 회복하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탄 립부는?
1959년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으로 무아르 출생, 싱가포르에서 성장했다. 싱가포르 난양대학교(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에서 물리학 전공한 이후 MIT에서 원자력공학 석사 취득 후 샌프란시스코 대학에서 MBA 취득했다.
이후 인텔을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의 전 CEO로 세계 2위 설계자동화(EDA)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2022년에는 반도체산업협회의 최고 영예인 로버트 N. 노이스 상(Robert N. Noyce Award)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누비아(퀄컴 인수)·하바나랩스(인텔 인수)-삼바노바 같은 반도체 스타트업과 HPE, 소프트뱅크 이사를 역임했다. 실리콘밸리 투자사 월든인터내셔널 회장이기도 하다. 손영권 전 삼성전자 사장과 함께 월든캐털리스트의 창립 파트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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